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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T 문제 유출로 시험 무효…수험생 피해 불가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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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사립고등학교에 유학 가려면 반드시 쳐야 할 시험인 SSAT 문제가 유출돼 이달 치른 시험이 무효가 됐다고 JTBC가 15일 단독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1000여 명이 시험을 치른다.
SSAT 시험준비반을 운영하는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은 이날 하루 종일 수험생 어머니들과 통화하느라 바빴다. 이 학원 관계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잘 받았는데.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미국 SSAT 위원회는 한국에서 시험 관리를 맡고 있는 한미교육위원단에 200여 명의 성적을 무효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공식으로 인정하는 견본 문제 이외에 기출 문제를 입수해 공부하고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많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재옥 한미교육위원단 단장은 “부정 소지가 있어 이달 10일 치른 SSAT 시험 성적을 채점하지 않고, 내년 1월 7일 시험을 다시 보라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SSAT는 문제은행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출문제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도리한다. 우리나라 학생은 대개 12월과 1월 두 차례 응시해, 더 나은 점수를 갖고 1월부터 진행되는 미국 고교 입시전형에 지원한다. 그런데 이번에 응시한 학생들은 12월 시험이 무효가 되면서 1월 성적만으로 지원해야 할 상황이다.

SSAT 기출문제가 나돌고 있다는 것이 학원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손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유혹에 학원가의 상술이 더해진 결과이다. 한 전문어학원의 강사는 "SSAT의 경우, 7~9세트 정도의 기출문제만 가지고 있으면, 거의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사는 "만점을 보장하면서 억대를 요구하는 강사도 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활용해 강사가 시험을 치르고 미국에 답을 보내주는 식이다"고 했다.
문제를 빼내는 수법은 다양하다. 강사가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고 몰래 기출문제를 빼돌린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강사나 수험생이 기출문제를 교환하기도 한다. 어학원의 강사는 “130만원에 기출문제를 공공연하게 팔기도 한다”고 밝혔다.

문제를 불법 유출해 구속된다 해도 기출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인기강사가 된다. 이런데도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한 학원 전문가는 "평가시험을 주최하는 ETS, College Board, SSAT 같은 회사가 좀 더 확실한 보안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강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생들이 돈으로 점수를 사려고 기출문제 학원에 몰려가는 동안, 양심적으로 공부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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