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넛지 효과’와 학력 저하

중앙일보

입력 2011.12.15 00:00

업데이트 201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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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찬호
사회1부 부장대우

2012년 대학입시가 중반에 접어들었다. 수시모집 절차가 20일 마무리되면 22일부터 정시모집이 시작된다. 고교 진학상담실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총점과 표준점수, 백분위 등 대학에 따라 입시 요소를 면밀히 따지느라 학생과 진학담당 교사, 학부모는 피가 마른다. 1, 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 내 일부 진학담당 교사는 올해 수학능력시험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수능성적이 약간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학생의 모의고사 경험이 적은 것을 꼽았다. 예년에는 수능 적응력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것 이외에 사설 모의고사를 치렀다. 수능에 임박해서도 한두 차례 사설 모의고사를 봤지만 올해는 시험 한 달 전인 10월 12일 서울시교육청 주관 모의고사가 끝이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이끄는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사설 모의고사를 금지시켰다. 많은 학생이 원치 않는 데다 사설 모의고사로 학교·학생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경기도와 대전 지역 상당수 학교는 올해도 수능 직전 사설 모의고사를 치렀다. 서울에서도 사설 모의고사가 금지됐다. 하지만 대형 학원들이 앞다퉈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학생들의 실전 능력을 키워줬다.

 이 때문에 강원도 내 수험생은 사설 모의고사를 본 다른 지역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안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두려움을 없애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수능을 치를 수 있는 훈련도 덜 됐다. 한 달 공백으로 시험에 대한 ‘감(感)’을 잃은 학생이 많았다는 게 진학담당 교사의 설명이다.

 사설 모의고사 금지는 강원도교육청이 학력보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치중하면서 나온 정책이다. 지난해 11월 ‘신학력 신장 방안’을 도입하면서 수준별 이동수업도 금지됐다. 이 같은 교육정책은 새 교육감 취임 이후 1년6개월간의 변화다. 문제는 학력 신장이 둔화되는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일 발표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강원도 초등 6학년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로 광주와 함께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 3학년과 고 2학년도 각각 4.3%와 3.4%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초등 6학년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임 교육감 시절 평가를 앞두고 밤늦도록 강제 보충수업이나 문제풀이 등 파행교육을 했다”며 “이를 금지하니 초등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해 보인다.

 민병희 교육감은 최근 직원 월례회의에서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부드러운 개입으로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는 ‘넛지(Nudge) 효과’를 설명하면서 “강원 교육에 수많은 ‘넛지 효과’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취지는 좋지만 학력과 관련해서는 한가롭게 들린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이사하겠다”는 한 학부모의 말이 생각나서다.

이찬호 사회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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