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의 거장들](2) 드라이브인 씨어터의 원조 '조지 로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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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야 드라이브 인 극장이 생긴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드라이브 인 극장 문화가 발달했다.

60년대 후반, 드라이브 인 극장의 관객들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무심코 들른 그 장소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만나게 된다. 이전까지 상업용 광고영화나 알려지지 않은 몇 편의 단편영화만을 만들던 28세의 젊은이 조지 로메로의 초저예산 좀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관람한 것이 그것이다. 이후 그의 이름과 작품은 열혈 호러팬들의 신화가 되어 명예의 전당에 모셔지게 된다.

원래 좀비영화는 좀비 영화의 전통, 빅터 하펄린의 〈화이트 좀비〉이래 헐리우드 B급 호러의 단골 메뉴이긴 하였지만 로메로는 여기에 잔혹함과 60년대 미국사회가 지닌 암울함(히피즘, 대량실업에서 오는 산업사회의 문제점, 이데올로기적 갈등), 미국사회의 부정적 단면에 대한 비판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내었다. 마치 음악을 하는 그의 동년배들이 우드스탁에서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에 절규했듯이, 로메로는 스크린을 물들인 피를 통해서 시대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해냈던 것이다.

새까맣게 몰려드는 좀비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은 다름 아닌 스크린 밖의 '현실'이었고 관객은 영화를 통해 단순한 호러 이상의 그 무엇을 함께 읽어냈다. 이어지는 〈시체들의 새벽〉에서도 로메로의 이같은 '호러를 빙자한' 현실비판은 계속 이어지며 오히려 그 강도는 높아진다. 여기에 비하면 3부작의 마지막인 〈시체들의 날〉 은 앞의 두 작품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지만 여전히 추천할 만한 문제작이다.

데드 3부작을 제외한 로메로의 작품은 그리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도, 국내에 소개되지도 않았지만 그 중 놓칠 수 없는 것이 〈마틴〉이다. 여기서도 그는 뱀파이어라는 호러의 외피를 쓰고 통렬한 사회적 함의를 서슴없이 집어넣는다.

〈마틴〉에서 로메로가 특히 주목한 것은 세대간의 갈등으로, 주인공 마틴의 할아버지가 피가 모자라 죽게 되는 마틴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를 비난하는 것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절망적 정서에 잠긴 그의 세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후에 소개할) 다리오 아르젠토와는 〈시체들의 날〉에서 손발을 맞춘 이후로 90년 〈에드가 알란 포우의 검은 고양이〉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미스터 발드머 사건의 진상'을 연출하면서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필모 그래피 Filmography

1968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71 〈그곳엔 항상 바닐라가 있다 There's Always Vanilla〉
1972 〈굶주린 아내들 Hungry Wives〉
〈마녀의 시절 Season Of The Witch〉
1973 〈암호명 트릭시 Code name : Trixie〉
1978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1978 〈마틴 Martin〉
1981 〈나이트 라이더 Knight Riders〉
1982 〈크립쇼 Creepshow〉
1985 〈시체들의 날 Day Of The Dead〉
1988 〈몽키 샤인 Monkey Shines〉
1990 〈에드가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 Two Evil Eyes〉
1993 〈다크 하프 The Dark H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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