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을 밝혀줄 ‘신(神)의 입자’ 힉스(Higgs)인 듯한 특별한 신호(signal)가 포착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발견을 위해 80억 달러(약 9조2200억원)를 들여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해 2008년 가동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이다.
연구소 측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신호가 힉스일 확률은 98~99%에 이른다”고 13일(스위스 현지시간) 밝혔다. 신호는 집채만 한 초고성능 디지털카메라가 잡았다. 이는 지난여름까지의 95% 확률보다 크게 진전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힉스 발견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내년까지 실험을 계속해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발견 여부를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ERN에는 힉스를 찾기 위해 CMS팀과 ATLAS팀 등 두 연구팀이 따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CMS 한국 측 대표인 서울시립대 박인규(물리학과) 교수는 “연구소가 힉스 발견을 선언하려면 정확도가 174만 번에 한 번 정도 틀릴 확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두 연구팀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힉스의 질량은 124~126GeV(기가전자볼트)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발표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힉스 입자=우주 만물 구성 입자는 기본입자 12개와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 4개, 기본입자의 질량을 갖게 하는 힉스입자 등 17개다. 이론상 우주 빅뱅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힉스입자만 못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