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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장, 방검조끼 보호 안 된 옆구리 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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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오전 5시40분 서해 소청도 남서쪽 87㎞ 해상. 순찰 중이던 인천해양경찰서 경비함 3005함(3000t급)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두 척을 발견했다. 곧바로 3005함 소속 특공대원 16명이 고속보트 2척에 나눠 타고 출동했다.

 고속보트는 시속 80㎞로 약 1㎞를 질주해 중국 선적 루원위(魯文漁) 15001호(66t급)에 접근했다. 이청호(40) 경장 등 특공대원 9명이 방검(防劍)조끼를 입고 진압봉·전기충격총 등 진압 장비를 갖춘 채 중국 어선 루원위호에 올라탔다.

 대원들은 30분 만에 기관실·선원실 등에 대한 수색을 마치고 선원 9명 중 8명을 제압했다. 그러나 선장 청다웨이(程大偉·42)가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끝까지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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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6시59분 이 경장이 제일 먼저 출입문을 부수고 조타실 진입을 시도했다. 그사이 다른 중국 어선 한 척은 루원위호를 측면에서 들이받았다.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이 경장이 중심을 잃었고 이 틈을 탄 청 선장은 깨진 유리창 조각으로 이 경장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찔렀다. 폐와 심장에 심한 손상을 입은 이 경장은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뒤따라 들어간 이낙훈(31) 순경도 복부에 전치 3주가량의 부상을 입었다.

 인천해경은 이 경장의 부상이 심하다는 무전을 받고 인천 영종도 기지에 있던 헬기를 즉각 출동시켰다. 오전 8시30분 헬기가 3005함에 착륙한 뒤 해경 부상자 2명과 중국 선장 등 3명을 싣고 오전 9시40분 인천 인하대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경장은 장기 파열과 과다 출혈로 오전 10시10분 끝내 숨을 거뒀다.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해경 대원이 숨진 것은 2008년 9월 전남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둔기에 맞아 바다에 빠져 숨진 목포해경 박경조(당시 48세) 경위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어선들이 갈수록 흉포화·지능화하고 있다. 10여 척이 밧줄로 연결해 집단으로 저항하는 연환계(連環計)를 쓰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방 24마일 해상에서 나포된 100t급 중국 어선 두 척은 단속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거북선(철선)’으로 둔갑했다. 선체 양쪽 측면에 1m가 넘는 쇠창살과 함께 높이 1.5m의 거대한 철망 울타리가 쳐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해안은 오염과 남획으로 물고기 씨가 마른 지 오래다. 이들은 수년 전까지 주로 연평도·백령도 해상에서 저인망(쌍끌이)으로 꽃게를 싹쓸이했다. 그러나 최근 꽃게잡이가 여의치 않자 서남해상으로 눈을 돌렸다. 가을과 겨울철 크게 형성되는 조기·멸치·고등어 어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천=정영진·최모란 기자
광주= 유지호 기자

◆방검(防劍)조끼=불법 조업 중국 어선 나포 작전에 투입되는 해양경찰관들의 개인 보호 장구. 선원들이 휘두르는 칼이나 흉기로부터 상반신을 보호한다. 방검부력조끼라고도 한다. 지난 4월 해양경찰은 방검조끼의 기능을 보강했다.

바로잡습니다

당초 중국 선장이 한국 해경을 살해한 흉기가 ‘깨진 유리’ 라고 알려졌으나 조사과정에서 칼이였음이 드러나 바로 잡습니다.

12일 해경특공대 사망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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