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여름나기엔 뭔가 화끈한 게 있다

중앙일보

입력

" ''닷컴위기설'' 과 찌는 더위 속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라-. "

테헤란밸리의 벤처기업들에 올 여름은 더욱 덥다. 일부는 2주가 넘는 파격적인 휴가를 줘 다른 기업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휴가를 못가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경우도 있다.

3차원 가상현실 기술업체인 한국디지털이미지뱅크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여름휴가 1주일 외에 2주 정도의 해외여행 휴가를 별도로 준다. 원하는 경우 최대한 한달까지 휴가를 갈 수 있다.

컴퓨터 관련 전시회나 세미나 일정을 묶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직원들에게는 항공비와 기본적인 숙식비를 제공하고 패키지 여행은 여행사에 낼 돈을 회사측이 대신 내준다. 전직원 34명중 5명 정도가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나머지 직원들이 휴가를 망설이자 지난 24~30일 1주일간 팀장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모두 휴가 보내는 ''강제휴가제'' 를 실시했다.

이 회사 김우진 기획실장은 "쉬어야 일할 힘도 난다는 생각에서 이런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벤처인 만큼 쉬는 것도 투자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네띠앙도 여름휴가 1주일 외에 재충전 휴가 1주일을 별도로 주고 있다. 또 휴가기간에 해외 배낭여행을 가거나 외국에서 열리는 세미나.전시회에 참가하면 경비 2백만원을 지원해준다.

바쁜 일정 속에 휴가를 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하는 벤처기업도 많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게임을 잘 하는 사내 왕중왕을 뽑아 나머지 사람들이 못가는 휴가를 ''몰아주는'' 행사도 열렸다.

MSO코리아 (http://www.msokorea.com)는 자사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10가지 종목의 게임 경연대회를 벌여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제주도 여행권과 휴가를 몰아주기로 했다.

인터넷폰 서비스를 개발한 아이투라인(http://www.i2line.com)도 서비스 오픈과 상용화 준비로 여름 휴가가 어려워지자 다음달 19일 ''커플데이'' 를 열기로 했다.

회사 회의실에서 출장 뷔페를 준비해 직원들의 애인이나 부인을 위로해 주고 식후에는 양재천에 모여 운동경기를 벌인다.

비밀투표로 ''베스트 커플'' 과 ''워스트 커플'' 을 뽑아 한강유람선과 63빌딩 뷔페이용권, 공포영화관람권 등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포털 네이버컴(http://www.naver.com)도 최근 예고없이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오후 업무시간에 갑자기 온라인 게임 대회를 열어 입상자에게 상품과 상금을 줬고, 이어 이해진 사장을 포함한 전직원이 참여하는 ''수박먹기 대회'' 를 개최한 것. 네이버 홍보담당 김경화 과장은 "직원들이 휴가도 가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더위에 지칠까봐 이벤트를 마련했다" 며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닷컴위기설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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