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옷차림, 벌금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MLB가 내년부터 취재진의 복장을 제한한다. 이네스 사인스, 하이디 와트니, 에린 앤드루스(왼쪽부터) 등 리포터도 이런 옷은 안 된다. [중앙포토]

내년 시즌 미국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은 옷차림에 주의해야 한다. 노출이 심하거나 단정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AP·AFP통신 등 외신들은 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와 협의해 보도진들의 취재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전문직종 종사자답게 그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고 ‘복장 규정’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MLB·북미프로풋볼리그(NFL)·미국프로농구(NBA)·북미하키리그(NHL) 등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보도진 복장 규정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스 머히지 MLB 부사장은 “꼭 정장을 입으라는 것은 아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취재를 나온다. 이들의 복장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LB 사무국이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도진들은 라커룸과 더그아웃·기자석·그라운드 등에서 ‘직종에 맞는 격식을 갖춘 복장’을 해야 한다. 속옷이 비치는 옷, 찢어진 청바지, 한쪽 소매만 있는 옷, 탱크톱, 미니스커트 등은 안 된다. 특정 팀의 로고를 새긴 옷과 선수들에게 균을 옮길 위험이 있는 맨발 슬리퍼나 샌들도 못 신는다. 특히 미니스커트는 ‘누가 봐도 지나치다고 생각할 만큼’ 짧거나 끝단이 무릎 위로 3~4인치(약 7~10㎝)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 같은 길이의 반바지도 규제 대상이다. 드레스 종류도 입어서는 안 된다. MLB 사무국은 규정 위반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LB 사무국의 팻 코트니 대변인은 “이번 규제가 어떤 한 사건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지난해 9월 벌어진 NFL 뉴욕 제츠의 쿼터백 마크 산체스(25)가 멕시코 방송국 아즈테카TV의 여성리포터 이네스 사인스(34)를 성희롱한 사건이 복장 규정 도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사인스는 라커룸에서 산체스를 인터뷰하던 중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수들은 사인스가 성적 도발을 유도할 만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사건은 구단의 사과를 받은 사인스가 “고소할 생각이 없다”고 정리해 일단락됐다.

 한국 야구에는 보도진의 복장 규정은 없으나 야구관계자들과 야구기자, 팬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지난 5월 KBS N 스포츠의 여성진행자 A씨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KIA의 투수 윤석민을 인터뷰했다.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었고, KBS N 스포츠는 인터뷰를 방송하지 않았다.

허진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