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뇌 발달 돕는 ‘친구 같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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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곤씨가 자녀들과 즐겁게 놀아주고 있다.

김천곤(41·서울 동대문구)씨는 미국 유학시절 유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 좋은 아빠라고 자부해 왔지만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 없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아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를 계기로 자녀들에게 프렌디가 되기로 결심했다.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아빠를 의미하는 대디(Daddy)가 합쳐져 ‘친구 같은 아빠’를 의미한다.

 김씨는 아들 종현(서울사대부초 4)군과 딸 주은(7)양을 위해 무엇을 하며 놀까를 고민한다. 주말이면 종이컵으로 누가 빨리 탑을 쌓는지 내기를 하거나 화이트보드로 숫자게임과 숫자야구를 하며 놀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장거리를 갈 때에도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했다. 예컨대 현재 속도가 80km라면 100km로 속도를 올렸을 때 남은 목적지까지 몇 시간이 걸릴까라는 질문을 해보는 식이다.

 프렌디에 대한 관심은 아빠와의 놀이나 상호작용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킨다는 연구결과인 아빠효과(Father Effect)와 맞닿아 있다. 아빠와의 놀이는 성장 속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빠가 열심히 놀아준 아이는 또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다. 스스로 놀이를 주도할 줄 알고 주어진 장난감으로 놀기보다 스스로 장난감을 선택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프렌디로 놀아주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아이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아이 편에서 말을 듣고 또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남성학연구회장 정채기 교수(강원관광대학)는 “아이와 말이 통하는 아버지가 될 때 아이의 마음을 열고 교감할 수 있는 자세가 준비된다”고 강조했다. 평일에는 바쁜 회사일로 인해 자녀와 놀아주기 쉽지 않다. 주말에 시간이 생겨도 막상 무엇을 할까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방법이 서툴다 보니 아이가 쉽게 싫증을 내기도 한다. 아이와 교감을 이루고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장 교수는 “프렌디로 자녀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휴넷의 행복한 아버지 학교(happyhome.hunet.co.kr)와 두란노 아버지학교(www.father.or.kr)가 있고 지역문화센터와 복지관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고 있다.

● 프렌디 아빠로 놀아주는 방법

① 키 늘이기=아이를 눕힌 다음 아이에게 마사지를 하면서 키가 더 커진다는 말을 한다. 손과 발을 주물러주면서 늘이는 시늉을 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진다.

② 갈비뼈 헤아리기=아이의 허리 부분부터 갈비뼈를 세기시작하자. 아빠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아이는 웃게 된다. 웃으면 반칙이라고 하고 다시 세기 시작한다.

③ 풍선 배구 놀이=풍선 2~3개와 긴 줄을 이용해 거실을 가로질러 아이의 키 정도로 네트를 만든다. 풍선을 불어서 풍선 배구 놀이를 한다. 풍선이 가벼워서 아이도 쉽게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④ 눈싸움 놀이=서로 눈을 보는 행위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처음엔 아이가 이기고 둘째 판은 아빠가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결승에서는 아이의 기를 살려주도록 한다.

⑤ 하늘 따먹기=양손을 아이의 겨드랑이에 끼운 후, 반동을 이용해 아이를 높이 들었다가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아이에게 발로 바닥을 박차서 반동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훨씬 수월하다.

⑥ 가족 사진 정리하기=디지털카메라로 인해 직접 인화하는 경우는 드물어 졌다. 아빠와 아이가 잘 나온 사진을 분류해 인화해보자.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⑦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기=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해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함께 해본다. 완성된 요리를 온 가족이 나눠 먹으면서 아이에게 직접 요리하는 재미와 나눠 먹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⑧ 왕자나 공주 얼굴 만들기=공주나 왕자의 얼굴을 만든다고 말하며 눈·귀·코·볼·입술을 만지면서 더욱 예뻐지거나 멋있어진다는 주문을 건다. 아빠의 손이 아이의 얼굴각 부분을 만지는 자체로 아이는 기분이 좋아진다.

⑨ 몸 악기 놀이=바닥에 이불을 깔고 아이를 눕힌다. 아빠는 아이의 신체를 악기 삼아 연주하며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해준다. 갈비뼈는 기타, 배는 큰북, 엉덩이는 작은북, 양발은케스터네츠로 정하고 진짜 악기를 연주하듯이 한다.

⑩ 기차 놀이=아빠가 양발을 10~20㎝ 정도 벌린 다음 아이의 발을 발등에 포개서 올려놓는다. 걸을 때마다 칙칙폭폭 기차 놀이 노래를 하면서 걸어본다.

※자료=행복한 아버지 학교 제공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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