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아계열사간 1천억대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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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계열사간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 때 같은 그룹의 계열사였던 기아인터트레이드와 아시아자동차가 1천88억여원 규모의 정리채권 소송을 벌여 기아인터트레이드가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장오ㆍ鄭長吾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기아인터트레이드는 아시아자동차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전씨측에 돈을 빌려준 뒤 이 돈을 아시아자동차에 갚게 하는 방식으로 아시아자동차를 원조했을 뿐"이라며 "계열사에 원조한 것을 두고 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기아인터트레이드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5∼96년 아시아자동차가 브라질 교포 전종진씨를 통해 타우너 등 경상용차를 외상으로 수출하다가 전씨가 수출대금을 갚지 않는 바람에 자금난에 몰리면서부터.

기아인터트레이드는 96년 7월 전씨가 갚지 않은 아시아자동차의 수출대금 3백48억여원을 대신 은행에 갚아주는가 하면 국내 신용도가 추락한 아시아자동차 대신 경상용차 수출을 해줬지만 전씨는 수출대금중 7백40억여원을 주지 않았다.

서로 보증을 서주며 도와주던 이들 형제기업의 운명은 98년 4월 두 기업이 모두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서 엇갈렸다.

기아인터트레이드는 법정관리가 시작되자 아시아자동차에 지원한 돈 1천88억여원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했다.

반면 아시아자동차는 이를 모두 부인한 뒤 지난해 6월 기아자동차에 합병돼 올2월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 종결로 회생했지만 기아인터트레이드는 지난 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에 기아인터트레이드는 아시아자동차가 수출대금 지급보증을 한 점 등을 내세우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계열사간의 원조라는 이유로 기아인터트레이드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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