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회 멈춰서는 캠리 생산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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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직원들이 뉴 캠리 차량의 조립과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1986년 설립한 켄터키 공장은 연 50만 대를 생산하는데 이 중 70%가 캠리다. 내년 1월 한국에서 시판할 뉴 캠리 역시 이곳에서 만든다. [이가영 기자]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도요타’란 단어를 찾으면 캠리 사진이 함께 나온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 8월 캠리 뉴 모델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켄터키 공장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도요타에서 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짧지만 강력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아키오 사장의 이런 발언에는 캠리가, 2009년 말 시작된 대량 리콜 사태부터 올 초 동일본 대지진까지 엎치고 덮친 악재를 뚫는 첨병이 돼야 한다는 절박감 또한 담겨 있었다. 실제 신형 캠리는 아키오 사장에게 화답하듯 도요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0월 중순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신형 캠리는 11월 한 달간 2만3440대를 팔아 미국 내 차량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가랑비가 흩뿌리던 6일(현지시간) 도요타의 미국 켄터키 공장을 찾았다. 1986년 도요타가 일본 밖에 설립한 최초의 공장이다. 미국 내 1위, 글로벌 2위 규모인 켄터키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캠리를 양산하는 ‘캠리의 산실’이다. 생산 차량의 70%가 캠리로, 내년 1월 한국 땅을 밟을 뉴 캠리 역시 이곳에서 태어난다. 회사를 다시 일어서게 한 도요타 생산방식(TPS) 특유의 꼼꼼한 품질관리가 이곳에서도 돋보였다.

 약 526만㎡(1300에이커) 규모의 공장 안에선 다양한 공정이 눈코 뜰 새 없이 진행됐다. 한편으로는 곳곳에 잠시 멈춰선 라인들이 눈에 띄었다. TPS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안돈’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었다. 안돈 시스템이란 각 라인의 근로자가 문제점을 발견했다 싶을 경우 신호를 보내 라인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상급자가 직접 문제 지점을 찾아 근로자와 의논한 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야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리콜 사태 이후 도요타는 안돈 시스템 활용을 더욱 권장하고 있다. 공장 내 6800여 직원이 하루 1만여 회 이상 이를 작동한다. 그때마다 라인이 멈추지만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스티브 안젤로 켄터키·미시시피 공장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의 가장 특별한 점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며, 이는 직원들로부터 직접 개선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든 직원은 필요할 때 라인을 멈출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켄터키 공장은 차의 결함이 주로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에 따라 공급업체들에 대한 감리를 이전보다 3배 이상 강화했다고 한다. 또 신형 캠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프로토 타입 차량을 과거의 2배 수준인 100대 이상 제작해 각종 테스트를 실시했다. 예전엔 수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으나 리콜 사태 이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다시 눈을 돌린 것이다. 켄터키 공장이 내세운 또 하나의 뉴 캠리 성공 요인은 끊임없는 직원교육이었다. 윌 제임스 사장은 “리콜 사태와 대지진이란 악몽 속에서도 우리는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을 강화해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켄터키 조지타운=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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