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케냐마라톤 올림픽 망령 부활..한국 청신호

중앙일보

입력

케냐마라톤이 `올림픽 망령'에 떨고 있다.

케냐는 남자 역대 최고기록 랭킹 20위권에 8명이 들어있고 여자부에선 세계최고기록(2시간20분43초.테글라 로루페)을 보유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마라톤 세계 최강국.

하지만 88년 서울에서 더글러스 와키후리가 은메달, 96년 애틀랜타에서 에릭 와이나이나가 동메달을 딴 것이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인 점에서 잘 드러나듯 올림픽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다.

마모 월데가 68년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60-64년)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이룩하고 96년 파투마 로바가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이웃 에티오피아와는 무척 대조적이다.

이런 악연을 끊으려 절치부심해온 케냐마라톤에 최근 잇따라 악재가 돌출, 비상이 걸렸다.

사단은 지난 2월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를 따돌리고 우승한 자페트 코스게이와 올해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엘리야 라가트, 모제스 타누이 등 남자대표 3명과 케냐육상경기연맹(KAAA)과의 불화에서 벌어졌다.

선수들은 공개적으로 "연맹의 행정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했고 이에 연맹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남자대표 3명이 훈련을 게을리한다"는 이유로 전원 교체를 결정, 온도로 오소로(최고기록 2시간6분54초)와 와이나이나, 로테르담마라톤 우승자 케네스 체루이요트 등 올림픽 후보 3명을 정식 대표로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소로가 연맹 결정이 난 다음날 케냐 중부의 나쿠루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빼앗으려던 괴한들로부터 목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것.

오소로와 가족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 정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26일 AP 등 외신들은 전했다.

남자세계기록(2시간5분42초)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의 올림픽 불참에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케냐를 엄습한 불운에 대해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 보인다"며 내심 반기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일본을 제외한 장애물이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며 "이봉주 등 우리 선수들에게 천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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