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 공방 안팎] "계열사간 부적절한 거래 근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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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현대전자.증권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한 것은 중공업의 사외이사들이 "계열사간 부적절한 상호 지원을 근절해야 한다" 는 주장을 강력히 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룹 계열사간 자금지원이나 지급보증 같은 것이 별다른 걸림돌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보듯 이제는 같은 계열사라 하더라도 부적절한 지원은 주주나 사외이사 들이 제동을 거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큰 작용〓현대중공업은 '이번 소송은 주주를 위해 당연한 조치' 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현대중공업이 손해를 보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독립경영' 의지를 밝혔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들은 지난주 긴급 소집된 이사회에 불려갔다가 2천억원이 넘는 돈을 대신 물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현대 구조조정본부에서는 당초 "돈만 주면 되는데 왜 난리냐" 는 입장을 보였다는 게 사외이사들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 구조상 주주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덮어 둘 수 없다"이라며 "앞으로도 계열사간에도 정당한 거래만 하고 지급보증이나 자금지원 등은 계속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CIBC에 돈을 주고 난 뒤 24일 현대투신증권 주식을 인수하게 되자 서둘러 '공시' (하루안에 공시 안하면 공시위반)를 하면서 소송 준비에 본격 나섰다.

◇ 현대전자는 '사실 아니다' 고 반박〓현대전자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현대전자는 1997년 현대투신 증권 주식을 담보로 CIBC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현대투신 증권 주식 1천3백만주를 2천3백40억원(주당 1만8천원)에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지급보증을 섰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CIBC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를 우려, 원할 경우 3년 후 해당 주식을 다시 팔 수 있는 주식재매입 청구권(풋옵션)을 요구했으나 현대전자는 이를 거절했다는 것. 그러나 이후 CIBC는 같은 그룹사인 현대중공업과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전자는 현대증권과 공동으로 현대중공업에 손실을 분담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동국 현대전자 부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현대전자가 손해를 볼 경우 최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욱.송상훈.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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