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돈 달라" 현대전자에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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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의 빚 보증을 섰다가 대신 물어준 뒤 이를 회수하기 위해 현대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

0이는 계열사간 부적절한 지원을 했다가 계열사끼리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된 첫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25일 "현대전자가 1997년 현대투신증권 주식 1천3백만주를 담보로 캐나다 은행인 CIBC로부터 조달한 2억2천만달러를 갚지 못해 만기인 지난 20일 이를 대신 갚았다" 며 "현대전자와 당시 이 거래를 주선하면서 손실보장 각서를 써주었던 현대증권 등 2개 계열사를 상대로 법적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97년 당시 현대전자가 이 돈을 빌려올 때 현대전자가 갚지 못하면 3년 후 담보 주식을 CIBC로부터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보증을 캐나다측에 서주었었다.

그런데 만기가 되도록 현대전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중공업이 대신 갚아주면서 현대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로 한 것.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공업이 대신 갚아주지 않으면 중공업의 자금사정이 나쁘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일단 대신 갚았다" 며 "그러나 불합리한 계열사 지급보증 행태를 개선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나가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납한 자금을 모두 환수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6일부터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가 가급적 이른 시기에 법원에 소송을 낼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의 이선호 사외이사(전 수출입은행 전무)는 "지난주 사외이사들이 모여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며 "과거 계열사의 상보지급보증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기업의 현금 흐름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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