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모럴해저드' 방지 상법개정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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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노린 패륜범죄 등 보험계약 관련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기 위해 학계 일각에서 상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학계에 따르면 최근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운전자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는 것은 현상법의 관련조항이 애매모호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관련조항의 법리해석에 일관되게 문제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예 법을 개정, 이같은 판결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학계에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상법 제731조의 2,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 규정으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보험회사)는 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원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이 있을 뿐 고의적인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의 면책약관은 무효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서울대 법학부의 양승규 명예교수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사고는 미필적고의에 해당한다"며 "음주.무면허운전 사고에 대한 보험사의 면책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관련조항을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법무부의 상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계약자-보험사간 분쟁시 보험금을 지급토록 하는 게 소비자 권익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다"며 "법원과 감독당국이 모럴해저드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법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손해보험협회 양두석 부장은 "음주.무면허운전 사고에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국 다수의 선량한 계약자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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