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상위 종목 하락은 저가주 상승논리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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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성전자 매도는 일시적 태도인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특정 종목에 대한 특정 외국인의 일시적 투자태도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추가 동반하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는 샐러먼스미스바니증권에 이어 메릴린치증권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비롯됐다. 반도체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조정은 펀더멘탈 요인에서 연유한 것이 아니라 가격면에서 주가수익이 예전처럼 강한 수익률을 향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선행성이 강한 주식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절대치보단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장성이 체감한다면 주가의 상승탄력은 현저히 둔화된다.

한계체감이라는 측면에선 반도체 업종 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종목군도 마찬가지다. '올해 만큼의 수익성장률을 내년에도 달성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수급적 한계에 직면한 시가총액 상위종목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계체감적 측면에서의 문제제기는 기존 시세논리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60% 수준으로 전대미문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IMF이후 체계적 시장위험이 주식시장을 지배하면서부터 심화되어온 현상이다. 체계적 시장위험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들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이었고 이들 종목의 상승논리는 나날이 강화돼 갔으며 이들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무조건적인 위험이었던 것이다.

흑백논리는 자기강화과정을 거쳐 완벽한 철옹성을 구축함으로써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최근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지지부진한 시세형성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군의 과도한 시세형성은 한계체감적 측면에서 변곡점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수급적 한계에도 직면해 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 역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할애하고 있다. 달도 찰만큼 차면 기울듯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수급적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저가주 상승의 새로운 시세논리 출발 시점

그렇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희망도 사라진 것일까? 시장의 자율기능은 물 흐르듯 빈 곳을 채워가는 것이다. 특정한 시세논리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세논리가 탄생한다. 현재의 위치가 그러하다.

희망은 시가총액상위 10개사가 차지한 60%의 시가비중 밖에 있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의 외면,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단기적인 시세접근이 양산한 현재의 저주가 새로운 시세논리의 주역이다. 값이 싸다는 이유가 펀더멘탈한 요인에서 연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물론 일부는 기본적 요인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도 있다) 수급적 요인의 해소와 펀더멘탈한 수익성의 뒷받침은 저가주의 상승논리로써 유효하다.

일례로 제지업종의 한 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를 실현하면서도 사상 최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일회성 특별이익에 의한 수익증가도 아니고, 재무적 위험도 없는 우량기업인데도 말이다.

새로운 시세논리의 맹아는 10년 대바닥에 위치한 건설, 은행, 저가 업종대표주에서 발견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잠재부실 발표와 적극적인 치유노력으로 체계적 위험의 폭과 깊이는 이미 노출되었고 주가반영 역시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위험에 짓눌려 형성되었던 '상식이하의 주가'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마이에셋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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