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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큐레이터처럼 전시회 꾸며볼래요” “관객 눈높이 맞춘 작품 찾아보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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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과 진로입니다. 특히 미래의 꿈을 설정하고 인생의 방향을 잡는 진로 선택은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학생들에게 현직에 있는 직업 전문가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직업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직업 현장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적지 않은데요. 교과서에도 각 분야 전문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알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 체험에 도전해 봅시다.

23일 사비나미술관에 모여 큐레이터·에듀케이터 등 미술관에서 하는 직업을 체험하고 있는 송곡여고 학생들의 모습. 이들은 8주간 미술관 연계수업을 마친 뒤 직접 기획한 미술 전시회도 열게 된다. [최명헌 기자]

“『다빈치 코드』처럼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김유경·송곡여고 1)

“밀레의 ‘만종’도 수확의 기쁨에 대한 그림이 아니라 굶어죽은 아이를 땅에 묻기 전에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잖아. 그런 작품들을 더 찾아서 보여주자.”(박주희·송곡여고 1)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 서울 송곡여고 1학년 학생 60여 명이 몰려왔다. 사비나미술관과 송곡여고가 손잡고 진행하는 ‘미술계 직업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8주간 큐레이터·에듀케이터·보존수복전문가 등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체험한 뒤 직접 전시회를 기획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이날 학생들은 미술관 곳곳을 돌아본 뒤 자신들의 전시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을 벌였다. 사비나미술관의 강재현·민지영 큐레이터와 박민영 에듀케이터가 멘토로 나섰다. 현장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토론 과정을 지켜보며 전시 기획에 구체적인 조언을 들려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고른 전시 주제는 ‘명화 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다. 강 큐레이터는 “전시회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을 엄선해 관객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다”며 “밀레의 ‘만종’ 외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김난희양은 “명화로만 한정하면 작품 수가 너무 적을 것 같다”며 “현대적인 작품들까지 아울러 대표적인 미스터리들을 찾아보는 편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학생들도 동의해 논의를 거쳐 ‘작품 시대별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미스터리들’로 전시 주제의 가닥이 잡혔다.

미술관서 일하는 것처럼 전문가와 토론·기획

주제가 정해지자 박 에듀케이터가 “전시회의 기획 의도와 기대 효과에 대해 정리해 보라”고 알려줬다. 전시 주제를 관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김유경양은 기획 의도를 자신의 경험담에서 이끌어냈다. “전시회에 와서 걸려진 그림만 보고 가면 솔직히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며 “관람객들에게 ‘이 속에 어떤 미스터리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라’는 미션을 해결하게 하고 도슨트들이 힌트를 던져주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술 체험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새연양은 “그럼 타깃층도 어린이와 학부모로 선정하고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미션과 힌트들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두면 보물찾기처럼 재미있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 큐레이터는 “그림뿐 아니라 설치미술이나 조각품 등 입체적인 작품들까지 활용하면 훨씬 역동적인 공간으로 꾸며볼 수 있겠다”고 조언해 줬다.

장래 희망이 큐레이터라는 송민진 양은 “교실에서 하는 수업과 달리 미술관에서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니 나도 진짜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새로운 직업 정보 들으며 진로 계획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송양은 “큐레이터가 되려면 무슨 과로 진학해야 하느냐”고 묻자 강 큐레이터는 “미술에 대한 지식이 기본이기 때문에 미술사나 예술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고 답해줬다. 또 “큐레이터가 단순히 전시 기획과 진행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전시장 인테리어나 그림 배치도 총괄하기 때문에 목장갑 끼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못을 박고 톱질을 하는 등 몸으로 하는 일도 굉장히 많다”고 들려줬다.

에듀케이터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노아영양은 “에듀케이터라는 직업은 처음 들어봤다”며 “정확히 하는 일이 뭔지 알려 달라”고 물었다. 박 에듀케이터는 “관람객이 전시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뒤 하는 일들을 꼼꼼하게 일러줬다. 전시 주제가 ‘몸’과 관련된 것이라면 관람객에게 인체에 대해 정보를 주고 작가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 직접 만들어 보며 작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는 “미술은 과학이나 수학, 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영역과 접목돼 있기 때문에 에듀케이터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수지양은 “미술에도 관심이 많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커서 고민이 많았는데, 에듀케이터라는 직업을 가지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강수연양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로 직업의 세계를 들으니 느낌이 남다르다”며 “미술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여러 직업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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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직업교육 해야

우리나라는 고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생 300만 명, 박사학위 소지자 1만 명의 고학력 시대지만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초·중 단계부터 직업·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모델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다. 프랑스에선 중학교가 4년제인데 마지막 학년은 직업·진로 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은 교육구청마다 직업기술교육센터가 있어 손쉽게 직업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모든 청소년이 대학 진학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학벌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직업과 진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 주면 학력 인플레도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제도와 인식의 전환도 시급하지만 가정에서의 진로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에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직업을 통한 목표의식과 도전의식이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내게 맞는 직업 찾고 체험하려면

청소년 시기의 직업 체험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구체적인 정보나 그 분야 전문가가 들려주는 제대로 된 현장 이야기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상당수 체험 학습 프로그램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돼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 없다는 데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방송국·법원·병원 등에서는 현직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 주고 견학·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를 찾아가보거나, 박람회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간을 투자해 직접 체험하기 어렵다면 관심 분야 직업 전문가들에 대해 다룬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두고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래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이라면 질문에 공감할 수 있어 더 유용하다.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아래 <표>를 참고해 내게 맞는 장래 직업을 알아본다.

<“내 장래 직업은” … 청소년 진로 탐색 내비게이션>

1. 문제 인식 단계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내게 맞는 직업은 뭘까?” 생각하기

2. 정보 수집 단계

-자기 이해: 흥미·소질·적성·성격·가치관·환경 등
-직업 이해: 노동시장 변화, 장래 유망 직업, 이색 직업 등 자료 수집

3. 대안 설정 단계

-도전 직업: 자신이 평소 관심 뒀던 직업
-소망 직업: 멋있다고 생각해 꿈꿔왔던 직업

※영역별로 1개 이상 직업을 구체적으로 선정

4. 비교 분석 단계

-직업 적성 검사: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직업적 능력을 측정해 적성 능력에 적합한 직업을 탐색해주는 검사
-직업 가치관 검사: 직업 가치관을 알아보고 자신의 직업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적합한 직업을 안내해주는 심리검사
-언론 등을 통해 노동 시장 동향 체크, 실제 직업 세계 견학 등

5. 의사 결정 단계 : 비교 항목을 정하고 자기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엔 가중치를 둬 대안 직업을 평가해보는 단계.

-도전/추천/소망 직업별로 점수를 내 비교

6. 평가 피드백 단계: 부모·교사·선배 등의 평가

2. 내가 원하는 직업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전문가 중 꼭 만나고 싶은 롤 모델을 정한다. 신문·잡지·인터넷 자료를 통해 롤 모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직업을 주제로 가상 인터뷰를 진행해본다.

예> 디자이너 이상봉과의 인터뷰

Q: 한글을 의상 디자인에 사용한 이유가 뭔가요.

A: 원래는 안감이나 소매 접히는 부분 등에 소극적으로 한글 디자인을 적용하는 정도였다. 디자이너가 국가나 민속적 모티브를 쓰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 디자인을 본 외국인들이 이를 아름다운 그림이자 기호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한글 디자인을 의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것을 만들고 싶다는 무의식이 제 마음속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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