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즐기려면 '사회적 비용'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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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철수는 요즘 들뜬 기분이예요. 아버지께서 다음 주부터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바캉스를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철수는 요즘 어머니께 어디로 가는지, 며칠이나 놀다오는지 날마다 묻는답니다.

철수는 아버지의 휴가가 마냥 즐겁지만 아버지 입장에선 휴가비를 장만하는 게 부담스럽지요. 휴가를 즐기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입고 먹고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지요. 바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일할 수는 없지요.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사람들은 가족들과 여행을 하거나 영화구경을 가는 등 여가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이 휴가를 가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대략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보면 됩니다.

그 무렵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회사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근로자의 목소리가 커지자, 임금이 크게 올라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자가용 승용차를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주말이면 그 차로 교외로 나들이 가는 일이 점차 흔해졌어요. 이 때부터 집안의 소득 가운데 문화생활.외식비.여행비 등 여가 활동에 쓰는 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여름 휴가철이면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우선 휴가철 교통 체증이 심각해졌습니다.

설악산이나 제주도 그리고 각 지역의 해변가는 여름 휴가철만 되면 피서 인파로 붐비는 곳이지요. 휴가가 대부분 7, 8월에 몰려 있으므로 이 시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너도 나도 자가용을 타고 휴가지로 떠나다 보니 이곳으로 가는 고속도로 등은 여름 휴가철만 되면 거대한 주차장이 되다시피 합니다.

평상시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여름휴가철에는 7~8시간, 심하면 12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이같은 휴가철 고속도로 체증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자동차를 오래 타면 우선 연료비가 많이 들지요. 특히 자동차가 제 속도를 못내고 있으면 더 많은 휘발유가 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휴가를 떠나는 자동차로 고속도로가 막히면 수출해야 할 물건을 싣고 운행해야 하는 트럭 등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걸리지요.

또 길이 막혀 자동차에 갇혀 있자니 그 안 사람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지요. 이같은 물류 비용 증가.연료비 추가 부담.사람들의 짜증 증가는 휴가 교통체증 때문에 사회 전체가 치뤄야 하는 비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입니다. 이른바 휴가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할까요.

이뿐만이 아니예요. 휴가철에 유명 휴가지에 가면 일반적으로 숙박료나 음식값 등이 터무니없이 비싸지요. 우리는 이를 흔히 바가지 요금이라고 부르지요.

상인들은 이렇게 더 비싼 요금을 받아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든답니다.

숙박업을 할 경우 그 장소를 빌려야지요. 휴가지의 경우 일년 내내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니라 휴가철에만 반짝 영업이 되는 곳이지요.

휴가철에 이를 빌리자면 평상시보다 더 많은 돈을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름휴가 한철에 장사해서 투자 비용을 뽑아야 하니까 그만큼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지요. 7, 8월 두달동안 일년치를 벌어야 하고, 그 때는 물건이 부족하니까 값이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어쨌튼 서울에서 평소 1천원이면 사던 물건을 휴가철이라고 3천원을 주어야 산다면 짜증나는 일이지요. 또 바가지 요금 등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듬해에는 그 곳을 찾지 않으려 들테니까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휴가지 전체로는 결코 유리한 일만은 아니예요.

그래서 요즘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자기 지역의 휴가지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휴가철을 맞아 갑자기 호황이 되는 산업도 있지요.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휴가갈 때 한번 쓰려고 새 차를 사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값이 조금 싼 중고차를 고르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 때쯤 되면 값이 오르고 거래도 많이 늘어나지요. 중고차 시장은 일년 중 여름 휴가철이 가장 호황이랍니다.

자동차.전자회사 등 큰 공장은 전 직원이 기간을 정해 한꺼번에 휴가를 떠나기도 합니다. 이들 공장은 생산 라인이 대규모이고 한 라인에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합니다.

따라서 라인에 근무하는 사람 중 몇사람이 휴가를 떠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답니다.

몇 사람씩 번갈아 가며 휴가를 떠나면 휴가철 내내 공장 전체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요.

심한 경우는 일부 생산 라인이 서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일부 회사에선 아예 전 직원이 한꺼번에 휴가를 보내고 이 기간에 공장 문을 닫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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