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K2]기상 다시 악화 …베이스캠프로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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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이곳 K2의 날씨다.낮에 반짝 강한 햇살이 내비치는가 싶더니 지난 밤에도 밤새 눈보라가 몰아쳐 베이스캠프에는 4∼5㎝,고지대 캠프는 10㎝이상의 적설량을 보였다.특히 50m 앞도 안보일 정도로 오전내내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세찬 바람이 몰아쳐 갈길 바쁜 원정대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16일 캠프Ⅰ까지 진출한 한국 K2원정대의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
등반대장는 기상악화로 나관주·박무택대원과 베이스캠프로 내려왔으며 유한규(46·코오롱스포츠)
원정대장의 B조도 활동을 중단했다.이밖에 K2·브로드피크를 오르고 있는 다른 원정대도 베이스캠프로 일제히 하산했다.

세번의 히말라야 원정대 동행취재(안나푸르나·칸첸중가)
를 하면서 네팔보다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의 기상상태가 더욱 안좋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지난 봄 칸첸중가의 경우는 오후만 되면 눈이 내렸지만 오전에는 맑은 날씨를 보였던 반면 이곳은 밤부터 내린 눈이 오후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안개와 강풍까지 몰아쳐 원정대원들은 가슴을 졸이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스캠프에 들어온 지 43일째를 맞고 있는 한국산악회 대구원정대는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대원 대부분이 8천m 등반 경험이 없는데다 오랜 베이스캠프 생활로 대원들이 지쳐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특히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캠프Ⅱ의 고소에서 닷
새나 보냈기 때문에 대원들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진 실정이어서 이들도 오늘중 베이스캠프로 모두 하산할 계획이다.

1986년 국내 최초로 K2 정상을 밟은 대한산악연맹 K2원정대는 6월6일 베이스캠프에 들어와 58일만인 8월3일에 정상을 밟았었다.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계획을 길게 세우고 날씨가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인내력이 K2등정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베이스캠프에 있는 대원들은 저마다 가져온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산악인 헤르만 후버는 “등산가는 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알아야 하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히말라야에서는 시간에 좇기다 보면 항상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조급해 하지 말고 대자연의 법칙에 몸을 맡기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등정성패의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을 해본다.

K2=김세준 기자<sjkim@joonga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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