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도 주식매집 신고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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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던 투신권의 사모(私募)펀드가 이르면 20일께부터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주식매집에 대한 과도한 규제 때문에 M&A 활성화란 당초 취지는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란 비슷한 목적을 가진 1백명 미만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이들이 원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허용된 상품이다.

가입자수에 제한이 없는 공모펀드는 한 종목에 펀드설정액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는 50%까지 가능하다.

당초 정부는 M&A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가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사들일 때 각종 신고의무를 대폭 완화해 준다는 방침이었으나 아직은 적대적 M&A를 본격적으로 허용할 여건이 안됐다는 이유로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

특히 M&A를 위해 특정종목 주식수의 5% 이상을 사들일 경우 5일 이내에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이를 어기면 사들인 주식은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7일 "현행 법상 사모펀드의 주식매집에 대해서만 각종 보고의무를 완화해 주는 것은 어렵다" 며 "의결권 제한과 보고의무는 공모펀드와 똑같이 적용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모펀드를 적대적 M&A의 수단으로 허용할 생각이 없었는데 시장에서 잘못 인식한 것 같다" 며 "국내 여건상 아직 적대적 M&A를 전면 허용하기는 이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적대적 M&A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겠지만 동일종목에 대한 투자한도를 현행 신탁재산의 20%에서 50%로 높인 만큼 자사주 취득 목적의 펀드가입은 늘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신업계는 "사모펀드에 가입하지 않고 주식을 사들이면 자기 돈의 1백%를 한 종목에 다 털어넣을 수 있는데 각종 보고의무를 똑같이 적용받으면서 설정액의 50%밖에 살 수 없는 사모펀드에 누가 가입하겠느냐" 며 "재경부는 M&A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를 허용한다고 해 놓고, 금감원이 이를 뒤집으면 투신업계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 고 지적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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