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국악고 전체수석 합격 박서빈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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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고 전체 수석을 차지한 박서빈양은 “누구나 국악을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창작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서빈(16·천안여중3)양이 국립국악고등학교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박양은 연주자의 꿈을 접고 국악고 작곡과에 응시해 합격했다. 8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박양은 한때 피아노 영재교육을 받을 만큼 뛰어난 연주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스스로 연주에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작곡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박양은 “친구들은 국악이 재미없다고 하는데 저는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전통 음악인데 사람들 관심 밖에 있는 게 안타까워요. 재미있는 국악을 작곡해 보고 싶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피아노는 왜 포기했나.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잘 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피아노를 잘해야겠다는 열정보다 그저 칭찬을 듣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부터 제 스스로 연주에는 소질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러다 중2때 과감히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고 작곡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악고를 지원한 이유는.

“작곡공부를 하다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리나라 음악인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친구들에게 물어 봐도 국악은 재미없다는 말뿐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국악이 재미있었어요. 또 아직 시작도 안 해 봤지만 내가 하면 재미있는 국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국립국악고 작곡과를 선택했어요.”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나.

“아버지는 조금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적극 지원해 주셨어요. 사실 어머니께서 음악을 좋아하세요. 어릴 적에 공연장에도 많이 데려가 주셨어요. 어머니는 집에서 서양음악뿐 아니라 국악을 즐겨 들으셨어요. 국악기인 해금도 취미로 배우셨을 만큼 우리음악에 관심이 많으세요. 아마도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국악 작곡 공부를 따로 했나.

“얼마 전부터 개인레슨을 받고 있어요. 서양음악과 국악 작곡을 전공하신 선생님으로부터 화성학부터 배우고 있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어 피아노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국악고 시험은 어떻게 치르나.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해 선발하는데 실기 점수가 좋아 합격한 것 같아요. 실기는 꼭 국악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피아노로 베토벤 ‘발트슈타인’을 연주했어요. 청음으로 악보를 그리는 시험도 비교적 잘 본 것 같아요.”

-전체수석을 예상했나.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전체 수석 통보를 받고도 어떨떨 했어요. 국립학교라 학비는 전체 합격생 모두 면제예요. 장학금을 받으면 뭘 할까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수석합격의 기쁨 보다는 엄마와 함께 국악의 고장 남원을 둘러보기로 해 기대하고 있어요. 국립 국악원도 둘러 볼 예정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국악고 지원은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제 의지만으로 선택한 결정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국악을 즐겨 듣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학하면 많이 배우고 노력할 각오입니다.”

글=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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