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사 책에 웬 고구려 수렵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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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 지안현에 있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 ‘수렵도’.

중국미술의 파워가 거세다. 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구석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중국미술사를 정리한 책이 나왔다. 중국인민대학출판사의 세계미술전집 일부를 번역한 『중국미술사 1~4』(다른생각)이다. 도기·회화·건축·조소·자수·공예 등 미술의 모든 영역을 1300여 컷의 컬러 도판과 함께 시대별로 서술했다. 전문용어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방대한 설명이 더해져 국내 번역에만 5년 가까이 걸린 대작이다.

 전집 전체에 중국 미술계의 야심이 담겼다. 중국이 세계미술의 지류가 아니라 수 천년 고유의 역사를 지닌 원류임을 분명히 했다. 서문에선 서구미술계가 서장(西藏)과 신강(新疆) 지구 미술을 중국 이외의 미술로 기술하는 데 대한 못마땅한 심경도 드러냈다. 중국 영토 내 이민족 미술·유적도 포함시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권 중간쯤에 눈에 익은 작품이 보인다. ‘수렵도’ 등 고구려 벽화 2점이다. “고구려 벽화묘가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에 위치해있다”며 연대가 십육국 후기에 해당한다고 서술했다. 중국 땅에 남은 고구려 유적이 중국미술사에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미술계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것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번역하면서 역주를 붙여 당시 고구려 영토가 중국 본토까지 뻗어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술했더라면 좋았을 법하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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