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이원수 딸 아버지 친일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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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동요 ‘고향의 봄’ 작가인 동원 이원수(1911~1981)선생의 유족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이 선생의 친일행적에 대해 사과했다.

 이 선생의 차녀 정옥(66)씨는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나름대로 (아버지를) 존경하시던 분들이 굉장히 상처입고 배신감도 느끼신 걸 이해하고 모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기만 하다.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행사는 이 선생의 첫 동요시집 『종달새』를 복간하고 이를 창원시에 헌정하는 자리였다.

 고향의 봄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인 정일근 경남대 교수는 “이 선생의 친일시는 지울 수 없는 과오지만 유족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것은 드문 일인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고향의 봄을 창원시민이 다함께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올해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기념사업 추진을 선포한 뒤 다양한 행사를 열자 시민단체가 그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아 반발해 왔다. 창원에서 유년·청년시절을 보내고 고향의 봄을 지은 이원수는 1942년 국책 기관지인 ‘반도의 빛’이라는 월간 잡지에 학도병 지원을 찬양하는 ‘지원병을 보내며’란 한글시 발표 등 친일행적이 드러나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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