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라이온즈 연승의 이면(異面)

중앙일보

입력

삼성 라이온즈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다.

라이온즈는 7월 11일 대전 경기에서 구대성이 선발로 나온 한화 이글스에게 5-4로 역전승을 일궈내 45승 32패 3무를 기록, 2위인 두산 베어스와 승차를 4로 줄였다.

지난 6월28일 SK 와이번스와의 대구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서 6대 2로 승리한 이후 12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라이온즈의 상승세는 비록 연승 행진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당분간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으리라 보여진다.

개막 이전부터 라이온즈가 연승 행진을 하던 시즌 초 까지 전문가와 일반 팬들은 우승 후보 1 순위로 당연히 라이온즈를 지목했다.

이승엽-프랑코-스미스를 주축으로 하는 타선은 국내 최강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였고, 지난 해 플레이오프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였지만 그래도 베어스의 진필중과 함께 철벽 마무리를 자랑하는 임창용의 건재만으로도 충분히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굳이 해태 타이거스에서 데려 온 이강철 그리고 LG 트윈스에서 영입한 김동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팀전력은 가히 ‘드림팀’ 수준이었다.

여기에 다른 팀과는 달리 막대한 금액과 협박과 회유로 선수들을 ‘선수협의회’에 가입시키지 않아 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전 선수가 착실히 동계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으나 ‘우승’이라는 명분으로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예상도 못했던 선발투수들의 난조와 믿었던 타선의 침묵 그리고 부상 선수의 속출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여 드림리그 1~2위는 커녕 승률에서 뒤져 매직리그 2위팀과의 와일드카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는 가운데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심심치 않게 감독 교체설이 나왔으며 일부 선수의 퇴출과 함께 트레이드설이 무성해 경기장 밖으로도 하위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수선하고 침통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건 지난 6월25일 이글스와의 대전경기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라이온즈 코칭스태프의 심판폭행 사건이었다.

이에 KBO는 김용희감독를 포함하여 , 계형철투수코치, 이순철주루코치 등은 6경기에서 많게는 18경기까지 코칭스텝에게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이러한 불상사는 과정은 어떻게 되었던 간에 결국 주장 김기태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쳐 팀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아 결국 연승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이는 몰라도 필자는 이런 방법으로 연승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박수를 쳐 줄 수 없다.

특히 선수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런 유치한 ‘쇼(show)’를 벌인 코칭스텝진들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위기에 빠진 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그 많은 방법 중에 그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약간은 뜻이 다르겠지만 이른 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처럼 우승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도 결국에는 승리의 과정으로 미화(美化)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러한 방식으로 승리가 보장된다면 어느 팀 어느 코칭스텝들이 따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른 바 신사(紳士)들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매너와 예절을 소중히 여기는 야구의 기본 정신에도 벗어난다.

라이온즈가 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선수들의 분발은 일단 긍정적이다.

진갑용을 필두로 이승엽, 김기태 등 타자들과 임창용과 김현욱을 비롯한 투수들도 점차 안정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마무리 임창용에 대한 혹사다.

임창용은 지난 6월 29일 1 1/3이닝을 던져 세이브를 올린 이래 12연승을 하는 동안 8경기 13과 2/3이닝을 던져 라이온즈 연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팀의 승패와 연결되는 상황에서 약간의 무리는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강변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몰라도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임창용의 등판 횟수가 아니라 바로 등판 이닝 수다. 즉 투구수라는 말이다.

몇몇 경기는 임창용이 안나와도 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반부터 나왔다.

이긴 경기에서 그것도 1이닝 이내에서만 등판시키겠다는 시즌 초 김용희감독의 공언(空言)을 믿는 이도 없었지만 약속을 어긴 시기가 너무 이른 게 문제다.

작년 플레이오프전의 아픔을 벌써 잊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몇몇 선수만을 의존하여 나타나는 혹사는 나중에 구위저하로 연결이 되어 결국 라이온즈가 꿈에도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또다시 놓치게 하는 악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선수를 아끼고 선이 굵은, 그리고 선진야구를 보여주겠다고 말만 요란하게 하던 김용희감독도 미래를 보지 못하는 여타 그저 그런 감독의 부류에 속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우며 팀 연승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으나 그 과정에서의 자충수를 두는 코칭스텝진의 몇 가지 문제점은 두고두고 뒷말을 많이 남게 할 것 같아 씁쓰레 하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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