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작전꾼들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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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는 통상 증권사 전.현직 직원, 펀드매니저, 회계사, 증시분석가 등 곳곳의 전문가가 동원된다.

시세조종 혐의를 추적하는 컴퓨터나 당국의 눈길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가짜 주문도 적당히 내야 하는 등 '기술'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전꾼들은 결속과 기밀유지가 생명인 만큼 대개 혈연.지연.학연이나 같은 직장 출신 등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압구정파' '서울의 모상고' ' 서울 모대학 83학번' '○○증권 출신' 등이 투자자들 입에 오르내린다.

2~3년 전만 해도 40대 증권사 지점장이 주축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증권사 경력 5~10년 정도인 30대 증권사 과.차장이 작전의 주역이다.

업계에서는 작전을 지휘하는 사람을 '주포' 라 부르며, 그 밑에 증권사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브로커가 있다.

이들은 오랜 안면을 이용해 믿을 만한 멤버를 모은다. 펀드매니저.회계사.증권분석가를 포섭하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 며 대주주를 끌어들인다.

최근 작전이 활개치면서 경험많은 꾼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과거 두차례 작전에 참여했던 ○○증권 兪모(38)차장은 "1996년 사채업자와 결탁해 세배 정
도 남겼다" 며 "하지만 요새 주변에서 열배 이상 남기는 것을 보고 당시 멤버들을 규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주(錢主)는 주포와 핫라인을 갖고 있는 사채업자가 대부분이다. 작전팀원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통상 투자클럽.벤처캐피털과 같은 유사 창업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인터넷 증권사이트를 만들어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펀드매니저는 코스닥등록 직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통상 5명 안팎이 참여하며, 큰 펀드를 운용하는 각 기관의 대표선수들이 포함된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1만5천주 매입에 2억원 정도 커미션을 현금으로 받는 게 관례인데, 요새는 현금 대신 코스닥 등록 전에 주식으로 받기도 한다.

세종하이테크 작전에서 7명의 펀드매니저가 구속되자 '미꾸라지가 전체 개울물을 흐린다' 고 분개하는 펀드매니저가 많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나' 는 자조섞인 소리도 만만치 않아 증권계에 불공정 거래가 퍼져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일부 부도덕한 회계사도 작전에 끼어든다. 이들은 코스닥 등록 전의 어설픈 벤처기업을 회계장부상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들은 감사수수료로 현금 대신 주식을 받고 '한 배' 를 타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말 서울 테헤란로 S투자클럽이 배포한 A사 투자설명회 자료를 검토한 한 회계사는 "껍데기에 불과한 재무제표를 회계사가 그럴 듯하게 매만졌다" 고 지적했다. 대주주도 작전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전꾼이 코스닥 등록 전에 주식을 나눠 갖고, 등록 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주주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 실제로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한다는 소문만 나돌아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증권업협회 박병주 감리부장은 "최소한 대주주의 묵시적 동의 없이는 작전이 어렵다" 고 말했다.

증시분석가가 가담해 작전주에 유리한 보고서를 만들기도 한다. 보고서 한편에 2천만~3천만원의 사례금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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