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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 好好 주부 친목카페 ‘파크리오맘’

중앙일보

입력

기부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파크리오맘 회원들. 운영자 임유화(가운데)씨와 나눔음악회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인 중창팀이 아파트 광장에 모였다.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따스한 ‘엄마의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활동하는 특별한 주부 커뮤니티가 있다. 송파구 잠실시영 재건축 아파트 파크리오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친목카페 ‘파크리오맘’이 그들이다.

공동구매, 벼룩시장, 재능 나눔 통한 다양한 기부

 회원 1200명의 주부 커뮤니티 ‘파크리오맘(cafe.naver.com/parkriomom, 이하 팍맘)’은 국내는 물론 해외 아동을 돕는데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아이티 지진과 일본 쓰나미 구호를 위한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 해 12월과 올 6월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 우물을 만드는 활동에 기부했다. 카페개설 3년째,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2500만원에 달한다.

 이런 기부 활동의 동기에 대해 회원들은 “엄마가 되고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이 굶주리고, 물도 못 마시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린 엄마니까요”라고 말한다.

 팍맘은 파크리오 입주가 시작된 2008년 8월보다 두 달 앞서 개설됐다. 운영자 임유화(35)씨는 “동네 정보도 나누고, 필요 없는 세간살이도 주고 받으면 좋겠다 싶어 카페를 만들게 됐다” 고 밝혔다. 카페 회원이 늘면서 안 쓰는 물건을 주고받는 ‘드립니다’ 코너가 활발해졌다. 임씨는 ‘물건을 받은 사람이 물건을 준 사람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기부통장을 개설해 회원들에게 알렸다. 500원, 1000원의 자투리돈이 모여들었다. 기부는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됐다.

 벼룩시장도 마찬가지다. 머리끈 하나를 팔아도 기부금으로 낸다. 택배비도 아껴서 낸다.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해야 무료배송이 되는 경우, 카페를 통해 함께 살 사람을 모아 무료배송을 성사시키고 절약한 택배비는 기부통장으로 입금한다. 카페를 통해 중고물품을 팔면, 판매금액의 10%를 기부해야 한다.

 2009년 9월 기부통장을 개설한 후 그 해 12월, 첫 기부의 즐거움을 맛봤다. 석 달 동안 모인 돈 410만원을 어린이재단에 전달했다.

 지난 해부터는 재능기부도 시작했다. 인라인 스케이트 강사 자격증이 있는 운영자 임씨가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강습을 시작하면서 1인당 1회 강습료로 5000원를 받아 전액을 기부했고, 손재주가 좋은 안혜원(36)씨 또한 지난 어버이날에 ‘꽃다발 만들기 이벤트’를 열어 재료비를 제외한 강습료를 기부통장에 입금했다.

 적게는 500원, 많게는 5만원. 기부 통장에 모이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지난해만 1300만원이 모였다. 아이티 지진, 일본 쓰나미 등 사안에 따라 번개기부도 진행된다. 이쯤 되면 거의 친목카페라기보다는 기부카페라는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이웃의 정 느낄 때 가장 보람

 친목모임도 활발하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36세 전후, 3~5세의 미취학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사는 공간도 같고 아이들의 연령대도 비슷해 그때그때 필요한 생활정보나 육아 정보가 거의 같다.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다 보니 공감대도 쉽게 형성된다. 한밤 중 아이가 열이 난다면 카페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해열제 갖고 계신 분 계세요? 아이가 열이 나요”라고 글을 띄우면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고 해열제가 전해진다. 만삭 임신부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선배 주부가 달려간다. 엄마 띠, 아이 띠별 모임, 두 자녀 엄마 번개, 취미 활동 등 모임도 다양하다. 수납과 정리, 청소, 화장품 만들기, 홈데코에 일가견이 있는 살림 고수 3인방 고수진(37), 윤수진(37), 윤은영(35)씨는 초보 주부들에게 살림 노하우를 전한다.

 팍맘은 아프리카 지역에 지을 3호 우물을 위해 올해 말까지 더욱 활발한 기부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일에는 벼룩시장을, 19일에는 나눔음악회를 잇달아 열었다. 남편들도 짐을 나르고 무대를꾸미는 데 힘을 보탰다. 티켓 판매 수익금과 동네 상점들의 지원금을 포함해 300만~400만원 가량이 모였다. 기부금으로 지어진 아프리카 우물에는 ‘엄마의 마음으로… 파크리오맘 in Korea’라고 새겨진 현판이 붙어 있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회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팍맘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부’를 매개로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일이다. 부운영자 장윤선(36)씨는 “아파트에 살아 서로 얼굴도 모른다는 말은 팍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불우한 이웃을 돕고 즐겁고 따뜻한 기운을 나누는 것이 팍맘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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