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범죄, 대책마련 시급

중앙일보

입력

기업체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입국시킨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의 강력범죄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거된 안산지역 연쇄 살인, 강도사건의 용의자도 지난해 9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중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검거된 용의자 왕모(24)씨는 당초 정부에서 배치받은 근무지를 이탈,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뒤 생활비 마련과 단순한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 불특정 부녀자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전국 외국인범죄 건수 대비 발생 비율이 지난 97년 6.7%에서 98년 11.8%, 99년 15%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도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강력범죄 건수도 지난 98년 448건에서 지난해에는 510건으로 13.8%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생증가에도 불구하고 검거 건수는 667건에서 624건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체 밀집지역인 안산과 남양주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가 조직화, 집단화 되고 있고 외국인 사이의 범죄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의 범죄는 증가하는 반면 검거는 줄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경찰 등 사법당국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증오와 그들의 익명성을 주요인으로 분석하며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들 중 상당수가 "한국인들이 실컷 부려먹고 차별대우를 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 한국인들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러도 한국 경찰이나 정부가 정확한 인적사항을 갖고 있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도 이들의 범죄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업기술연수생이나 단기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경기도내 2만5천∼3만명추정)가 된 이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체들도 이들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외국인 범죄의 근절을 위해 이들을 불법고용하는 업주들을 강력히 처벌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체류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국인에 대해서는 웬만한 사안이면 불구속처리하고 강제출국시키는 경우가 많아 일부에선 '잘못되면 출국하면 그만'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법집행에 있어 내국인과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대두하고 있다.

특히 범죄의 직.간접 원인을 제공하는 악덕 업주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행정,사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물론 경찰에게 방범의 책임이 있지만 내국인 등을 상대로 한 외국인들의 범죄를 막기위해서 관계기관들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수원=연합뉴스) 최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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