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의 조상은 공룡이냐 아니냐

중앙일보

입력

미국 오리건 주립대의 고생물학자 존 루벤과 대학원생 테리 존스는 지난해 미주리州 캔자스 시티에 있는 쇼핑몰 크라운 센터에서 열린 화석 전시회를 돌아보던중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주최한 그 전시회에 진열된 화석 중에는 론기스쿠아마라는 2억2천만 년 전에 살던 파충류 화석이 있었다. 이 생쥐 크기만한 화석은 평범했지만 눈에 띄는 특징 하나가 있었다.

양 옆구리에 12cm 길이의 무언가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고생물학자들은 그것을 비늘이 특이하게 변형된 것으로 나무 사이를 날아다닐 때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루벤과 존스는 이 화석을 빌려 밤새 살펴본 뒤 그것이 깃털이라고 확신하고 최근 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대다수 고생물학자들은 조류를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류의 후손으로 간주한다. 새의 뼈는 그 공룡의 뼈와 유사해 닭을 ‘살아 있는 공룡’으로 부르는 과학자도 있다.

그러나 공룡-새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다. 루벤과 존스도 그 부류에 속한다. 그들은 수년간 기존 이론을 뒤집으려 노력했지만 그럴 듯한 대안 이론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론기스쿠아마가 조류 조상의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존스는 “조류의 조상이 론기스쿠아마가 틀림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와 유사한 형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고생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론기스쿠아마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을 깃털로 보지 않으며 루벤·존스의 연구 방법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캔자스大 조류학자 리처드 프럼은 그것이 깃털과 비슷해 보이지만 미세 구조는 크게 다르다며 “깃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론기스쿠아마-조류의 연관을 말해주는 근거는 깃털 하나밖에 없지만 공룡-새의 연관성은 수백 가지 특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자연사 박물관의 원시 조류학자 루이스 차피는 론기스쿠아마가 새의 조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반대 근거 대부분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마크 노렐 연구원은 “론기스쿠아마가 조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못했다.

루벤과 존스는 자신들의 논문이 많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존스는 공룡-조류의 진화적 연관을 주장하는 이론은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고 확신한다. 이제 다른 과학자들이 존스의 이론을 받아들이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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