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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라진 제주도...참다랑어 자라고, 망고도 무럭무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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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호 03면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앞바다의 ‘외해 수중 가두리 양식장’. 수심 35m의 바다에서 인공부화에 성공한 참다랑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제주도 앞바다에 사는 아열대 어종인 꼬리줄나비고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상 4도로 뚝 떨어진 지난 15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를 찾았다. 제주공항 서쪽 바다가 눈앞에 들어오는 센터로 들어서자 앞마당의 야자수와 파란 잔디가 눈에 들어왔다.종전 제주수산연구소였던 이곳은 지난해 3월 아열대수산연구센터와 미래양식연구센터로 나누어졌다.지구온난화와 한반도 아열대화가 이슈화하면서 아열대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SUNDAY 르포] ‘제주는 지금 아열대 실험 중’-바다 물고기 절반, 아열대 어종 점령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서 제주 앞바다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이승종 박사를 만났다. 이 박사의 연구실은 제주시에 있지만 실험현장은 바다다.바닷속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배를 타야 한다. 제주 북동쪽 북촌리 앞바다와 제주 남서쪽 사계리 앞바다, 남동쪽 표선면 신흥리 앞바다 3곳이 현장 실험실이다. 그물코의 지름이 1㎝에 불과한 3중 자망 그물을 배에 싣고 해변에서 1㎞ 떨어진 바다까지 나간 뒤 수심 20m의 바다에 그물을 내린다.

이 박사는 “바다에 있는 생물 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그물코가 촘촘하게 특수 제작된 그물을 쓴다”며 “그물을 올리면 꺼끌복ㆍ꼬리줄나비고기ㆍ샛별돔ㆍ파랑쥐치 등 색색의 아열대 어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아열대수산연구센터는 이달 초 ‘제주 연안바다,아열대성 어족들 번식장 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제주 앞바다 3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엔 전체 어류 중 아열대 어종이 40%였으나 올해는47.7%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2006년 조사 때는 아열대성 어류의 출현율이 19%에 불과했다.

이 박사는 “제주 연안이 점차 아열대성 어류들이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산란까지 이뤄져 정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취재진은 한라산 기슭을 넘어 서귀포 오른쪽 위미리에 있는 미래양식연구센터 시험포(시험장)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서 분석한 제주바다의 환경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양식 기술을 연구ㆍ개발한다. 실험동 곳곳에는 아쿠아리움을 방불케 하는 대형 수조들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인 종(種)보존동에는 1m가 넘는 다금바리와 붉바리ㆍ능성어ㆍ쥐돔 등 온ㆍ아열대성 제주 토속어종들이 자라고 있었다.

맞은편엔 깊이 4m, 지름 16m의 초대형 수조에 길이 30㎝ 남짓한 참다랑어 12마리가 힘차게 유영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지중해 연안국 몰타에서 가져온 참다랑어 수정란이 부화해 자란 것이다. 과학원은 올 8월 ‘수정란 80만 개 중 종묘 45마리를 생산하는 데 성공해 세계 네 번째 참다랑어 종묘생산 기술 보유국이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미래양식연구센터 김재우 박사는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참다랑어를 사육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진다”며 “아열대화가 진전되면 제주도뿐 아니라 남해안까지로 참치 양식이 가능한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위미리 시험포 동쪽 표선리 앞바다엔 참다랑어등 대형 어종을 키우는 시험어장이 있다. 이른바‘외해 수중 가두리’다. 해안에서 2㎞ 떨어진 수심35m 이상 외해(外海)에 거대한 전신주와 같은 기둥을 세우고 대형 그물로 뒤덮은 우리에서 참다랑어를 양식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3월 민ㆍ관ㆍ학이 참여한 ‘참다랑어 양식산업화 추진단’을 구성했다. 2014년까지 참다랑어 완전양식 기술을 확립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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