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위험해진’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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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몬티 ‘7% 전쟁’ 이탈리아 총리 후보인 마리오 몬티가 15일(현지시간)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기를 극복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魔)의 7%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 국채 값까지 급락했다. [로마 AP=연합뉴스]

글로벌 채권시장이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상대는 마리오 몬티(68)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 후보다. 16일 새벽(한국시간) 채권시장에선 2차 투매(덤핑)가 일어났다. 금융시장 야생마(헤지펀드)만의 날뛰기(덤핑)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 등 유럽의 메이저 은행의 탈출이었다.

 그 여파로 이탈리아 국채 값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마(魔)의 7%를 넘어섰다. 이달 9일 1차 투매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 만이다. 이른바 ‘마리오 안도랠리’의 수명은 그 정도였던 셈이다. 시장은 몬티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자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이탈리아 국채 값이 오르면서 10년 만기 수익률이 7% 아래로 떨어졌다.

 2차 투매는 1차 때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유럽 대형 은행들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스페인·네덜란드·핀란드, 그리고 프랑스 국채까지 내던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서둘러 국채를 사들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6.34%까지 올랐다. 이 나라가 유로화를 채택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불길한 신호는 프랑스 국채 수익률 상승이었다. 10년 만기 수익률이 연 3.7%에 근접했다. 독일(1.78%)의 두 배 이상이다. 프랑스 신용부도스와프(CDS) 값도 껑충 뛰었다. 한국(156.2bp)보다 70bp(베이시스포인트) 이상 높았다. 시장 참여자의 눈에 프랑스가 돈 떼먹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 보인다는 것이다. CDS는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부도를 대비해 드는 일종의 보험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독일과 수익률 두 배 차이 등은 프랑스의 신용등급 트리플A(AAA)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소문이 동북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한국 코스피가 1.5% 남짓 떨어졌다. 일본·홍콩·중국 주가도 1~2.5% 정도 내렸다.

 이날 유럽 중심의 위기는 체코·헝가리·폴란드 통화 가치도 흔들어 놓았다. 그 바람에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 최근 한 달 하락폭은 4.5~9% 정도까지 이르렀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캐피털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자금 시장이 아주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이 또 한 차례 경련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얘기다.

 미국 재무장관인 티머시 가이트너는 WSJ가 이날 연 경제콘퍼런스에서 “이탈리아가 시장 금리를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몬티가 무엇보다 먼저 국채 수익률 7%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최고 경제 전문가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복마전 같은 로마의 정치 미로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또한 17일이나 18일에 있을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앞길이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를 지지한 1, 2위 정당이 미적거리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지자들과 만남에서 “우리가 전원 플러그를 뽑아버리면 몬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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