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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논란 씻고 1년 5개월 만에 앨범 ‘열꽃’ 낸 타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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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타블로는 학력 논란으로 힘겨웠던 시간을 돌아보며 “내 자신과 음악보다도 더 소중한 아내와 딸이 있다는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실제 이번 앨범이 구체화되기까지 아내 강혜정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초조해 보였다. 지난해 6월 가수 타블로(31)는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성적표를 공개했다. 당시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제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그는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언론 접촉도 피했다. 10일 오후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타블로를 만났다. 1년 5개월 만에 만난 그는 제법 야윈 모습이었다. 2년 가까이 학력위조 논란에 맞서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 탓이리라. 결국 수사기관까지 나선 끝에 의혹에서 벗어났다.

그는 그 사납던 시간을 애써 지우는 중이었다. 최근 발표한 솔로앨범 ‘열꽃’은 그가 대중으로부터 달아났던 1년 5개월간의 일기장이다. 타블로는 수록곡 10곡을 홀로 작사·작곡·편곡했다. 차분히 내려앉은 힙합 리듬에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기록했다.

 이를테면 이소라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첫 번째 트랙 ‘집’에서 그는 이렇게 읊조린다. ‘내게 행복할 자격 있을까/난 왜 얕은 상처 속에도 깊이 빠져있을까/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 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체험이 잔뜩 담긴 것 같네요.

 “제가 쓴 가사가 힘이 있다기보다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힘이 더 큰 것 같아요. (제 아픔에) 공감해주는 그 힘이 참 고맙죠.”

타블로(왼쪽)와 그의 아내 영화배우 강혜정.

 -참 어렵게 앨범이 나왔는데.

 “지난해 6월 말부터 아예 집에서만 지냈어요. 두 달 정도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메모하듯 음악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어요. 음악을 그만 하고 싶다가도 안 하면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던 차에 ‘집’이란 곡이 완성됐죠. 혜정이(아내 영화배우 강혜정)를 비롯해 주변 사람이 음악을 해야만 한다고 격려도 많이 해줬고요.”

 그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아내 강혜정과 같은 곳에서 활동하게 됐다. 타블로는 “정신적으론 이 앨범을 혜정이와 같이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 아내 강혜정에게 건네는 고백처럼 들리는 노랫말이 적잖다. 예컨대 ‘밑바닥에서’란 곡에서 타블로는 이렇게 랩을 한다. ‘하필 내 생의 밑바닥에서 날 만나게 된 네가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내겐 모든 게 죄책감….’ 이 노래에는 타블로의 두 살배기 딸이 “아빠”하고 부르는 목소리도 깔려있다.

 “가사를 혜정이가 많이 봐줬어요. ‘밑바닥에서’란 곡의 가사를 혜정이에게 읽어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참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죠. 집에 있으면서 딸을 제가 거의 키웠거든요. 유모차 끌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게 이번 앨범의 기초가 됐어요.”

타블로의 첫 솔로앨범 ‘열꽃’의 표지.

 이번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아이튠즈 힙합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로 활동할 때에 비하면, 힙합 특유의 내지르는 감성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이소라·태양(빅뱅)·나얼 등 실력파 보컬들의 피처링과 낮게 읊조리는 타블로의 랩이 맞물리면서 서정성 짙은 힙합 음악이 빚어졌다.

 타블로는 앨범 타이틀을 ‘열꽃’이라 달았다. 올 초 딸이 아팠을 때 온몸에 열꽃이 피는 걸 보고 떠올린 제목이다. 그는 “열꽃이 피면 병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이 내게 열꽃인 셈”이라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앨범에 실린 10곡은 10개의 붉은 열꽃처럼 여겨진다.

 타블로는 “이제는 분노도 미움도 다 사라지고 고마운 마음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런 의도 없이 만든 앨범”이라고 했지만, 그의 열병이 빚어낸 음악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아픔을 매만지고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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