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탐구하는 여성 그린 영화〈키스드〉

중앙일보

입력

〈키스드(kissed)〉는 죽은자와의 사랑에 집착하는 한 여성의 섬뜩한 이야기를 다룬 캐나다 영화다.

〈엑조티카〉〈크래쉬〉등 이상 성심리를 묘사한 캐나다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전작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린 스토프케비치 감독은 이 영화에서 뒤틀린 현대문명의 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시간(屍姦)' 이란 주제를 주인공의 시선으로 신중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어린시절 죽은 동물들에게서 묘한 영감을 체험한 산드라(몰리 파커)는 장의사에 취직해서 죽음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첫 연인인 매트(피터 아우터브리지)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시체를 만질 때 느꼈던 정신적 흥분은 찾지 못한다. 결국 산드라는 죽은 자와의 성행위를 시도하고 죽은자의 몸을 통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생명력의 이행' 을 경험한다.

한편 산드라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완전한 연인이 될 수 없어 방황하던 매트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택하고 산드라는 죽은 매트에게서 그동안 보지못한 완전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키스트〉는 패륜적 욕망의 어두운 단면과 사회적 부작용을 철저하게 배제한 영화다. 우아하고 순수한 산드라의 모습은 흔히 상상하는 변태성욕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종교의식을 연상시키는 성스러운 음악과 환한 빛으로 묘사한 산드라의 사랑 장면은 그녀가 욕정을 초월한 특수한 영감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그녀의 비밀스런 행동 때문에 번뇌하는 매트가 오히려 더 심각한 정신이상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시각은 문제작을 넘어서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며, 한 없이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이 영화를 큰 불편없이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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