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갈등 재연] '현대車 분리' 생각있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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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주력을 남기고 소그룹을 분리해야 하는 원칙에서 벗어나 소그룹을 남기고 주력을 분리하는 전략을 세우자 정부가 즉각 불허 방침을 밝히는 등 현대 그룹의 계열 분리를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 구조조정본부가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 신청을 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소그룹 6개사 등 10개사를 그룹에 남기는 대신 ▶건설 등 25개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새롭게 정한 것.

이 경우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은 9.08%로 지난 26일 제휴한 다임러클라이슬러(10%) 다음으로 많은 2대주주이기 때문에 정 전 명예회장이 그룹에 잔류하는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주가 되게 된다.

◇ 문제는 鄭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현대 구조조정본부는 이같은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이유를 "鄭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처분할 수 없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이 현대 자동차의 대주주가 된 것은 지난달 25일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자동차 지분 6.8%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뒤 구조조정본부가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동일인이라며 처분을 요구하자 현대차는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사들일 뜻이 있음을 밝혔다.

또 현대차는 계열분리를 위해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처분해 줄 것을 구조조정본부측에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 전 명에회장의 지분 문제가 계열분리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 정부의 입장〓현대의 새로운 계열분리 방안은 지난달 31일 鄭 전명예회장이 선언한 3부자 동반퇴진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 차원에서 지분 감축을 요구해온 정부의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계열분리와 관련해 정 전 명예회장과 몽구.몽헌 회장이 분리되는 계열지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3사람에게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다" 며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도장은 받아왔으나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3%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것과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계열지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도장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계열분리라는 것은 몸통에서 부분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며 "몸통이 떨어져나가면 공정거래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고 말했다.

◇ 현대차 반응〓현대차 관계자는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은 계열분리를 한다는 원칙이 선 다음에 사들인 것" 이라며 "구조본 측이 의도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또 "이번 계열분리 추진으로 정몽헌 현대 아산 이사측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통해 자동차 계열을 넘보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며 "구조본측이 계열분리를 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된다" 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자동차 계열의 계열주를 정몽구 회장으로 한다는 것은 구조조정본부와 합의된 사항" 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그러나 계열분리 신청의 주체가 현대 구조조정위원회인 만큼 신청 내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며 구조위 방침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이나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택.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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