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계열분리 정부·현대간 냉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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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를 둘러싸고 현대 구조조정위원회와 정부간에 심상치 않은 냉각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현대가 금명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하는 것을 계기로 양측이 갈등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물론 양측의 입장차가 느닷없이 불거진 것은 아니다. 이미 이달초 현대의 계열분리 신청 검토 단계에서 표출됐다.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6.9%의 성격을 둘러싸고 지루한 `논리싸움'이 꾸준히 진행돼왔다. 현대는 순수한 개인투자 목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공정위는 지분의 `실체'에 의구심을 표하며 "정 전명예회장이 현대의 실질지배자인 만큼 계열분리 요건(3%미만)에 맞추라"고 요구, 양측간의 평행선은 계속됐다.

그러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정부가 `감축'을 요구한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이 오히려 9.1%로 상승, 몸집을 불린 점이다. 26일 현대가 현대건설 보유 현대차 지분 2.2%를 정 전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6.9%에 고스란히 얹어준 것이다. 정부와 현대 주변은 일순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공정위측은 즉각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채 "정 전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을 3% 이하로 낮추지 않을 경우 현대차 계열 분리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현대의 논리는 = 현대의 주장은 정 전명예회장이 `현대차 지분 9% 확보'라는 약속에 따라 지분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또 어차피 현대차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면 다른 계열사 주식을 팔아 현대차 지분을 다시 사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을 필요없이
곧장 현대건설의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는 논리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유동성 확보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대는 나아가 이번 조처로 문제가 보다 간명해진 게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지분을 `철수'하고 대신 개인투자 목적의 정 전명예회장 지분에 집중시킴으로써 계열분리 효과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득이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정리가 불가피하더라도 이는 지분소유자인 정 전명예회장이 직접 결정해야할 사안이어서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입장에서 이를 독촉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 정부의 시각 = 정부는 현대의 이번 조처가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의 실질지배자인 정 전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을 정리함으로써 계열분리의 `전범'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 전명예회장과 현대건설 지분을 3%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은 계열분리를 위한 최소한 법적요건"이라며 "정 전명예회장이 개인투자자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 대북사업을 협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계열분리 신청때 갈등 표출될 듯 = 양측의 이같은 입장차는 곧 있을 계열분리 신청과 심사과정에서 갈등형태로 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신청접수 즉각 요건미비를 이유로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공정위는 편파심사 시비를 피하기 위해 일단 신청은 접수한 뒤 법정 심사기간(30일)을 준수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보완지시를 내리는 형식으로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감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현대측이 주장을 굽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가 심사과정에서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을 유지하는 대신 `경영 불간섭'을 확약하는 형태로 공정위를 설득하되, 이마저 허용되지 않으면 부득이 지분정리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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