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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돼야 취업 인정?” … 실용음악 교수들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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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3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가 술렁였다.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 장혜진·장기호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손무현·김세황, 가수 박선주 등 유명 뮤지션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이들은 대학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들의 손엔 마이크나 기타가 없었다. 대신 A4 용지 두 장을 쥐고 있었다. ‘예술 죽이는 교과부, 실용음악과는 취업률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전국대학실용음악교수연합회(전실연)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계열 학과의 취업률 평가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회견장에는 전실연 이정선(동덕여대 교수) 회장, 손무현·장혜진(한양여대)·장기호(서울예대) 등 실용음악학과 교수들과 학계 관계자 11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실용음악 관련 학과가 있는 전국 51개 대학 258명 교수의 서명을 받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계획대로 취업률 기준에 맞춰 부실 대학을 선정한다면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 관련 학과는 부실한 학과로 낙인찍혀 대학 현장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실연의 이 같은 반발은 올 9월 순수예술 중심 대학인 추계예술대학이 취업률 등 평가 지표가 기준에 미달돼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되면서 본격화됐다. 교과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8~9개 지표를 근거로 부실 대학을 선정한다.

 전실연 측은 “교과부는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대학졸업 1년차만을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실용음악 분야는 졸업생들이 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과부의 취업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한 1인 창업자나 프리랜서도 취업으로 인정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전실연은 “현실을 무시한 미봉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혜진 교수는 “취업률이란 잣대는 예술가들이 겪어야 할 지난한 성장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손무현 교수도 “실용음악과는 매년 전국 최고 입시 경쟁률을 기록한다. 예술 전공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취업률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2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경희대·단국대·호원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실용음악과 평균 경쟁률은 105.99대 1을 기록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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