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초반 승부를 보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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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LA다져스의 시즌 성적은 3승3패. 이중 LA의 2승은 박찬호의 몫이었다. 카디널스로선 박의 공략에 대해 자존심을 걸고 나왔을 법하다. 박은 이에 대해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박찬호는 6회를 던지고 승패 없이 물러나 승부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박이 오늘 지적 받을 만한 점은 특별히 없었다. 다만 1회 초구를 던진 후 마운드에서 넘어진 것이 불길했다. 마운드가 미끄러웠던 점도 있지만 박의 ‘투구벨런스’가 좋지 않았던 탓. 이후 박은 공을 놓는 포인트가 오락가락 하며 연신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서 확연히 벗어나는 공으로 이어갔다. 무사 만루를 헌납한 상황이 위기의 자초.

게다가 맥과이어가 헛스윙 이후 변화구 타이밍에서 팀배팅으로 좌전안타를 쳐낸 것은 박에겐 악재. 계속되는 무사1-2루에서 랜포드를 안쪽 직구로 병살 유도한 것은 베터리의 승리였다. 이후 박은 파켓에 또다시 볼넷을 허용했지만 제구력이 차츰 되살아났고 메트니가 초구에 땅볼을 치며 악몽 같은 1회를 2실점으로 마무리했다.

2회부터 4회까지 박찬호의 투구는 메이져리그 정상급 이었다. 최고 96마일의 직구를 축으로 오늘 잘 듣지 않는 체인지업을 곁들였다. 에드몬스에 안타를 허용한 것 외에는 완벽투 였고 투구수도 아끼며 롱런의 기회를 만들었다.

문제는 5회. 던스턴에 연속볼넷과 드루에게 얻어맞은 2점포. 94마일의 직구를 밀어서 홈런을 때려낸 드루의 타격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박의 실투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박은 6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다. 중반까지 잠잠하던 다져스 타선이 8회 살아나 패전의 멍에는 비껴갔지만.

박찬호는 미국진출 7년 동안의 산전수전을 바탕으로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시즌 20승을 바라보는 대투수로 자리잡았다. 이런 박에게 가장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고질적인 초반 불안이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박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경기 전 스트레칭과 불펜피칭을 좀더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초반 어깨에 땀이 나기 전의 승부비법을 박이 터득한다면 박찬호는 메이져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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