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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2개 맞먹는 발전소, 광양제철소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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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중순 전남 광양시 금호동 광양제철소에서 직원들이 기력(氣力) 발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광양=프리랜서 오종찬]

“여기에 원자력 발전소 한두 개가 들어와 있는 셈이지요. 상상이 가나요.”

 포스코 광양제철소 에너지기술팀의 곽인철 팀리더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철 만드는 제철소에 웬 원전?’이냐고. 지난달 중순 방문한 전남 광양제철소는 자가발전 용량이 1600㎿에 달했다. 2010년 말 준공된 부산시 기장군의 신고리 원전 1호기와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원전 2호기는 모두 1000㎿급.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개량한 최신 원전의 1.6배만큼의 전기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곽 팀리더는 “제철 공정에서 에너지 공급과 사용의 밸런스를 정확하게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기 공급이 모자라면 전압이나 주파수 같은 전기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제철 공정 특성상 에너지를 많이 쓴다. 이 회사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은 약 1700만TOE(원유 1t당 열량)로 국내 1차 에너지 사용량의 7%에 달한다. 하지만 조업에 필요한 연료의 대부분을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副生·by-product) 가스를 통해 충당한다. 전기를 많이 쓰지만 많이 생산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포스코는 본사와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사용한 전력량 중 70%를 자체 조달했다. 나머지 30%만 한국전력공사 전기를 썼다.

 광양제철소의 생산관제센터 4층 유틸리티 컨트롤센터(UCC). 전력의 계통공급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의 상황실처럼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져 있다. 화면에는 숫자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바뀌었다. 광양제철소 강영갑 전력계통과장은 “이곳이 전력거래소와 똑같은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강 과장이 속해 있는 부서 이름도 ‘전력계통과’였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달 17일 오후 1시20분 현재 제철소 안에서 쓰는 전기는 1388㎿였다. 이 중 1105㎿를 자체 발전해서 쓰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시각 제철소가 쓰는 한전 전기량은 147㎿로 표시돼 있었다. 철강 제품뿐만 아니라 전기도 대량으로 생산하는 ‘포스코발전소’라 할 만했다.

 발전방식은 다양했다. 조업공정에서 발생한 가스를 이용하는 기력(氣力) 발전 비중이 가장 컸다. 100㎿ 발전설비 9개를 설치해 900㎿의 발전능력을 갖췄다. 500㎿의 LNG 복합발전 설비도 있다. 여기에 냉연공장 옥상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과 제철소로 유입되는 용수의 낙차를 이용하는 수력발전까지 하고 있었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총동원한 느낌이었다.

 전기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때는 한전 전기를 안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역송(逆送)’도 한다. 전력수요처인 제철소가 거꾸로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9월 15일 전국이 블랙아웃(대정전) 위기에 몰렸을 때 이곳은 어땠을까. 제철소 정창환 발전과장은 “전력 당국의 요청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LNG 복합발전을 포함해 제철소의 모든 발전설비를 24시간 풀가동했다”며 “당시 제철소가 사용한 한전 전기는 100㎿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제철소의 UCC 사무실 벽에는 ‘窮變通久(궁변통구)’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 나왔던 말이다. 강영갑 전력계통과장은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와 전기를 많이 먹는 ‘하마’였던 제철회사 포스코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살아남기 위해 ‘발전소’처럼 변해온 사연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 같았다.

 포스코 본사 김동완 과장은 “포스코는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서도 규제 대응이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벗어나 환경 규제와 경제발전이 선순환하는 ‘녹색성장’이라는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선제적·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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