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건강] “남성 폭식증, 약물중독 동반하는 경우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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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질환일까. 최근의 연구와 치료 경향을 보면 폭식장애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웨슬리언대 루스 스트라에겔 박사팀은 최근 남녀 4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 위험 정도를 측정하는 자가검진을 했다. 연구 결과 폭식증을 보인 환자는 전체의 10%가 넘는 4284명이었다. 이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630명으로 전체 환자의 38%에 이르렀다. 폭식증은 섭식장애의 하나로 강박증과 불안증을 동반한다. 또 폭식증은 거식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반복되는 폭식과 구토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폭식증은 남녀 모두의 업무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

 스트라에겔 박사는 “남성은 여성에 비해 폭식증 연구나 치료에서 소외돼 있었다”며 “이제부터라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치료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폭식증의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배고픔·배부름을 느끼는 뇌하수체가 고장 난 때문이다. 몸에서 스트레스 물질이 계속 분비되면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이 작동하지 않아 배부름을 못 느낀다.

 순천향대 국제진료센터 유병욱 교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폭식증을 비롯한 섭식장애가 많기는 하지만 남성 폭식증은 술·담배 같은 약물 중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폭식증은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날씬함을 강요받는 여성에 비해 섭식 문제를 숨기기 쉽고, 살찐 여성에 비해 덜 비난받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의 ‘섭식장애를 겪는 남성을 위한 연합’에 따르면 섭식장애를 겪는 미국 남성 비율은 10~15%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 섭식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뉴욕섭식장애센터는 유아 시절 과체중, 운동부족, 신체적·성적 학대를 섭식장애의 원인으로 꼽았다. 유 교수는 “남성 폭식증은 식사요법·상담요법과 함께 약물 치료 대상”이라며 “금연·금주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섭식장애저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의학논문 전문 사이트 유레칼러트와 의학사이트 메디컬프레스가 26일 보도했다.

김슬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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