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북] '시스코 커넥션'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등 PC기업들에 비해 시스코 시스템스는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시스코는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실리콘 밸리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 자리에 올랐다.

지난 5년 동안 시가총액이 무려 20배나 성장하며 차례로 테크놀로지 업계의 강자들을 물리친 것이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인터넷 수퍼파워'' 로 불리는 인터넷 네크워크 회사 시스코의 2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역사와 독특한 인수합병 전략 등 지금의 성공에 이르게 된 경영전략을 담고 있다.

시스코는 엄청난 시장점유율로 때로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공룡기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주변의 싸늘한 시선을 받을 만큼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휘두른 반면 시스코는 경쟁을 껄끄러워하지 않는 공정한 기업 이미지를 관리해 왔다.

심지어 시스코의 CEO인 존 챔버스는 "시스코가 경쟁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독점을 원하지 않는다" 고 말할 정도다.

시스코는 이런 시장경쟁원리 외에 크게 세가지 원칙이 있다.
고객만족 중시
정리해고 배제
변화의 선봉 등이다.
이런 원칙은 챔버스의 과거 실패 경험에서 얻었다.

챔버스는 IBM의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IBM은 인센티브 제도 등 경영혁신을 외쳤지만 챔버스는 명령하달식 구조와 엄격한 인센티브 제도에 오히려 짜증이 났다.

특히 소규모 고객을 무시하는 오만함은 IBM 몰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IBM에 이어 근무한 왕 연구소에서는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때의 끔찍한 기억이 챔버스로 하여금 정리해고없는 회사를 이루도록 했다. 또 시대 흐름에 순응하지 않았던 이들 두 회사를 통해 항상 변화의 선봉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지금의 시스코는 챔버스없이 말하기 어렵지만 오늘날의 시스코 문화를 정착시킨 인물은 2대 CEO 존 모그리지다.

그는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당시 테크놀로지 업체들과 달리 인수합병을 통한 혁신 전략을 택했다.

또 인터넷이 미래의 물결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해 오늘의 시스코 발판을 마련했다. 가끔 챔버스가 빌 게이츠같은 창업자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시스코의 창업자는 스탠포드 대학 출신인 샌디 러너드와 레너드 보사크다.

이들이 각각 경영대학원과 컴퓨터공학과의 컴퓨트 실습실 담당자가 된 1982년 스탠포드에는 5천대의 호환되지 않는 컴퓨터와 20개의 e-메일 시스템이 있었다. 이들은 로컬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다가 84년 시스코를 창업했다.

하지만 87년 시스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 돈 밸런타인과의 갈등으로 시스코가 상장된지 6개월만인 90년 두사람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시스코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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