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온라인 게임 지존은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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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이 묵을수록 맛이 나듯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바둑이 첨단 인터넷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복잡한 소프트웨어에다 n세대의 외면을 받으면 설 자리가 없지만 온라인 바둑은 소프트웨어가 간단한데다 유행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평균 접속시간이 40분이나 되고 특유의 승부욕이 작용해 한번 들어온 네티즌들은 좀처럼 빠져 나가지 않는다. 컴퓨터 통신 업체로서는 바둑사이트가 최고의 효자 상품인 셈이다.

현재 개설된 바둑 사이트는 30여개가 넘는다.

실제 대국을 할 수 있는 사이트도 10여개. 천리안.유니텔.하이텔 등 PC통신 업체는 물론, 한국기원.넷바둑 사이트에서 4M 정도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으면 바둑 대국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온라인 바둑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다. 1998년 정부가 온라인 게임 육성을 위해 바둑에 4억원을 투자, 프로그램 기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

한국기원의 최영기 대리는 "일본.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한국이 동아시아 온라인 바둑을 통합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바둑은 유니텔. 하루에 3만회 이상 대국이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32비트용 새 버전을 내놓았다.

유니텔은 각종 바둑대회 생중계로 이용자를 넓혔고, 프로기사 서봉수 9단과 10명의 네티즌이 대국을 벌이는 사이버 바둑교실도 개설했다.

온라인 바둑의 가능성을 내다본 유니텔은 이달 초 회원에 가입할 필요없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바둑을 즐길 수 있는 조이샷(http://www.JoyShot.com)을 사내벤처 2호로 출범시켰다.

조이샷의 박준하 대표는 "국내 바둑 사이트들을 묶는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중국.일본의 바둑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는 게 목표" 라고 밝혔다.

천리안의 김태영 마케팅팀은 "스타크래프트가 베스트셀러라면 바둑은 스테디셀러" 라며 "바둑을 최고의 수익원으로 간주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고 말했다.

천리안도 이에 따라 무료 인터넷 바둑인 ''천리안 바둑 2.0'' 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천리안 바둑의 특징은 유단자를 포함한 바둑의 고수와 중장년층 이용자가 많다는 점. 또 바둑 계파별로 ''△△파'' ''××문'' 등 50여개의 동호회가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로기사인 조혜연2단(14) 은 천리안을 통해 바둑을 시작,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바둑동호회의 노근수씨 등이 집중적으로 지원해 프로기사로 입문한 케이스.

하이텔에도 하루 1만5천번의 대국이 벌어질 만큼 바둑이 인기다.

바둑 사이트는 최고 인기 사이트로 광고료도 최고 수준. 매일 5만여명이 접속해 하루 1만7천시간을 바둑 사이트에 머문다.

하이텔은 특히 바둑 실명제를 실시해 고의로 대국을 중단하는 경우를 없애고 3만명의 유단자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바둑의 본산인 한국기원이 인터넷 사이트(http://www.baduk.or.kr)를 개설하고 인터넷 자회사인 세계사이버기원㈜까지 만들어 주목되고 있다.

아직은 하루 방문자가 3천여명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바둑뉴스와 해설, 풍부한 자료를 갖춘 게 강점. 왕위전을 비롯한 각종 국제.국내 바둑대회의 명승부를 인터넷을 통해 매달 10여회 생중계하고 있다 사이버 기원의 배일성 이사는 "쌍방향 통신에다 지나간 대국도 마음대로 검색하는 인터넷이 케이블TV보다 바둑에 훨씬 적합한 매체" 라며 "앞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 사이트와 인터넷 바둑TV도 선보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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