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품 관심늘어 의류수입도 증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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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북한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북한산 제품은 농수산물이나 술 등 먹는 게 대부분이지만 의류도 알게 모르게 꽤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들은 90년대 초부터 북한에서 임가공한 의류를 들여와 판매해오고 있다.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상사의 중가(中價) 신사복과 캐주얼 의류에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 제품들이 상당수 있다.

북한산 의류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디자인과 원단.원사.단추.지퍼.심지 등의 모든 원부자재를 북한에 보내 현지에서 생산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재단.봉제 등 단순 임가공만 한다.

북한의 임가공비는 국내의 절반도 안된다. 운송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 다운 점퍼 등 일부 제품의 임가공비는 국내의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중국 중개상을 통해 평양의 임가공공장에 발주한 롱코트의 경우 한벌에 들어가는 원부자재의 비용은 2만원이다. 원단이 1만4천원이고 단추.심지.패드 등의 부자재가 6천원이다.

국내에서 이 원부자재로 옷을 만들면 임가공비 2만8천원을 포함해 생산원가가 4만8천원이 된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산하면 임가공비가 1만4천4백원이면 된다. 대신 중국 중개상 수수료(한벌에 6백원).왕복 운송비(8백원).기타 비용(2백원) 등이 더 든다.

이같은 부대비용을 감안해도 북한에서 만들면 생산원가는 3만6천원이면 된다. 국내 생산보다 1만3천6백원이 적다.

품질은 국내 생산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 북한의 재단.봉제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업체가 보낸 샘플의 재봉질 땀수까지 맞출 정도로 꼼꼼하게 바느질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다만 디자인이 복잡한 제품은 제작 경험이 부족해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북한에서 만든 옷에 '샤데이' 라는 브랜드를 붙여 오는 9월께 시판할 예정이다. 신세계 샤데이 브랜드 담당자인 서덕운 과장은 "지난해 들여온 물건을 팔 때 소비자들이 '북한에서 만든 게 맞냐' 고 몇번씩 확인할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며 "국내에서 만든 것과 비교해 품질에 손색이 없다" 고 말했다.

신세계는 이 제품을 14만원대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판매가격이 최소한 2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신세계 측 추산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에 고무돼 제일모직은 올해 북한 발주 물량을 1천5백만달러에서 2천만달러 어치로 늘려 잡았다.

LG패션과 코오롱상사도 물량 확대를 추진 중이어서 북한산 의류 반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일모직의 황봉길 과장은 "북한산 제품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내국거래로 인정된다" 며 "반입할 때 관세(13%)를 안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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