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1백억달러짜리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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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가장 강한 외국색(色)은 단연 일본이다. 1백여년 넘게 지배해온 영국보다 오히려 빛깔이 강하다. TV광고 중에는 아예 일본말로만 나오고 중국어를 자막처리하는 것도 있다.

홍콩을 대표하는 백화점들도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코스웨이베이의 소고 백화점.미쓰코시 백화점은 홍콩의 간판격 백화점이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모여사는 타이쿠싱(太古城)지역의 유니 백화점도 일본계다. 홍콩 사람들은 일본계 백화점에서 일제 물건을 사고, 일제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그래서 홍콩에 사는 한국인들은 고달프다. 처음 만난 홍콩인들로부터 "얏뽕얀(日本人)?" 이라고 질문받는 일에 지쳐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사정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남북 정상회담 덕분이다. 홍콩 신문은 3일 연속 1면과 국제면 톱기사로 남북 정상회담을 다뤘다. 양측 정상의 사진도 큼지막하게 실렸다. 방송도 연일 이 소식을 전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문에 실린 남북 정상의 악수장면을 보면서 주의깊게 기사를 들여다보는 홍콩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홍콩 기자들은 물론 홍콩에 주재하는 외국기자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이들 중 몇몇은 홍콩주재 한국특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진행 상황과 전망을 취재하는 열의도 보였다.

한 독일 경제지의 홍콩특파원은 회담 전망을 상세히 메모한 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1백억달러짜리 광고" 라고 평가했다. 동감이었다. 그 광고효과는 바로 홍콩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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