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근육질 운동스타 … 경기 뒤엔 고통 쓰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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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일반인은 유명 축구선수나 농구선수들의 건장한 체격과 근육질 몸매를 부러워한다. 그런 선수들처럼 멋지고 탄탄한 몸매를 갖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형외과 의사인 필자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일반인의 이런 부러움은 말 그대로 ‘환상(幻想)’일 뿐임을 잘 알고 있다. 몇 해 전 다리 통증 때문에 진료실을 찾은 축구선수 A씨. TV에서 접한 그라운드를 쏜살같이 누비던 그의 모습과 고통으로 절절매며 진료실을 찾아온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A씨는 젊은 나이임에도 심각한 고관절 부분 손상이 있었고, 무릎과 발목 등에 크고 작은 부상이 쌓이면서 만성화된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농구 스타로 주목 받으며 프로 무대에서 큰 활약을 했던 농구선수 B씨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는 무리하고 반복적인 점프, 선수 간 몸싸움 등으로 인한 부상으로 그의 다리는 우리가 생각한 운동선수의 철각(鐵脚)이 아닌 만신창이에 가까웠다.

 이런 그들이 막상 그라운드나 농구코트에 서면 다시 펄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뇌’다. 우리 몸에는 고통에 대한 자체적인 방어기전이 있는데 흔히 마라토너들이 말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그런 것이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인체의 고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런 고통을 누르기 위해 뇌는 ‘엔도르핀’이란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라운드나 필드 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순간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운동을 마치고 엔도르핀 분비가 멈추면 다시 큰 고통이 밀려오는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만 알고 지낸 그들에게 고통은 자신의 삶을 위해 무시하고 애써 외면해야만 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 연민을 느꼈다. 이런 운동 스타들의 빛과 그림자를 보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몸에 좋은 운동이라도 도를 넘으면 몸을 상하게 한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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