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리커창(李克强)의 남북한 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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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의 리커창 청년은 북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청화대 영문학과를 다니는 2살 연하의 여학생을 소개 받는다. 청홍(程虹)이라는 여학생은 하남성 鄭州출신으로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신화사 기자로 엘리트 집안의 딸이었다.

한편 북경대 당부서기는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두뇌가 명석한 리커창을 북경대 공청단 서기로 일하도록 권한다. 리커창은 유학의 꿈을 접고 청홍과 결혼하고 북경대 공청단 서기로 일할 것을 결심한다.

리커창이 북경대 대학원에 진학 경제학 석사 박사를 취득할 때 부인 청홍은 중국 사회과학원 문학박사로 미국 브라운 대학을 유학한 후 지금은 수도경제무역 대학의 영어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일반 부인과 달리 쇼핑등에 관심이 없고 한사람의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 할 정도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리커창은 安徽省 鳳陽縣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 나 鳳陽현의 현장을 할 정도로 지방 유지였다. 그가 중학교 시절 문화대혁명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아들의 장래를 걱정한 아버지는 훌륭한 학자를 모셔 개인지도로 5년간 중국 고전을 공부케 한다. 이렇게 남 모르는 실력은 갖춘 리커창은 1977년 대학 입학시험이 재개되자 다음 해 북경대학 법학과에 당당히 합격한다.

그가 북경대학 공청단 서기였을때 후야오방(胡耀邦)의 신임을 받은 후치리(胡啓立)는 우수한 명문 대학의 공청단 서기를 공청단 중앙의 서기국에 추천토록 하였다. 그 자신이 북경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장차 중국을 이끌고 나갈 젊은 지도자는 명문대학 출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커창은 공청단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곳에서 후진타오(胡錦濤) 를 처음 알게 된다. 후진타오는 북경대에서 온 리커창의 성실함과 숨은 실력에 내심 감탄하여 그를 중용할 것을 생각하였다. 아무 배경없는 시골출신으로 서부 오지 감숙성 수력발전소의 엔지니어로 있다가 실력 하나로 宋平 서기의 추천과 후야오방에 의해 발탁되어 공청단 서기국에 근무하게 된 그로서는 리커창이 자신의 옛 모습을 보는 듯했는지 모른다.

1993년 리커창은 공청단 중앙 제1서기로 발탁된다. 38세의 나이로 신중국 이후 최연소 장관의 기록을 세운다. 1999년 그가 다시 최연소 하남성 성장및 서기가 되어 후진적 농촌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지로 만들었고 2004년 요녕성 서기로서는 빈민촌 개조사업으로 실적을 쌓아갔다. 2007년 10월 당 중앙위원이던 리커창은 시진핑(習近平)의 대항마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2계급 승진하고 이듬해 발전 계획 담당의 국무원 상무부총리의 보직을 받는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인민폐 환율과 대미 무역흑자로 미국과 경제 무역 마찰이 심화되자 이 분야를 맡고 있는 왕치산 부총리의 활약이 두드려졌다. 왕치산은 姚依林 전 부총리의 사위로 주룽지 총리도 인정하는 빠른 두뇌회전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는 북경시장으로 사스를 퇴치하는 등 중국이 위기를 해결하는 핀치 히터의 별명을 얻고 있었다.

태자당이라는 배경과 실력을 두루 갖춘 왕치산은 차세대 2인자로 내정된 리커창을 위협하는 다크 호스로 보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왕치산은 원자바오 뒤를 이어 국무원 총리가 되고 리커창은 자산의 북경대 법학과의 전공을 살려 입법부 수장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 놓았다.

리커창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無聲無息) 있는 둥 없는 둥(可有可無) 도광양회의 실력을 쌓고 있었다.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10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에 파견된 리커창은 세계 명사들 앞에 유창한 영어로 연설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아 냈다. 그리고 지난 8월 부총리로서는 유사이래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 차세대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 주었다.

리커창 부총리가 이번주 북한 방문에 이어 한국의 방문은 중국을 경영하는 장래 총리로서 감각과 식견을 키워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차세대에서는 시진핑이 당을 장악(掌黨)하고 리커창은 정무를 책임(主政)지는 “시리(習李)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의 20년을 앞두고 중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접국인 한국을 방문한 리커창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국이 기여할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고 가야 할 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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