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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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재·보궐 선거일이다. 이번 선거는 서울시장 외에도 전국 11곳의 기초단체장, 11곳의 광역의원, 19곳의 기초의원을 뽑는다. 재·보궐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규모나 비중이 작지 않다. 더욱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 표의 무게가 막중하다.

 이론상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투표 외에 거의 없다. 주민소환이나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적 장치들은 사실상 행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사회의 민주주의는 모두 대의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소중한 투표권이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그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처럼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경우 그렇다. 투표에 따른 번거로움은 본인이 직접 몸으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인 데 반해 투표를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공익(public interest)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가늠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이 투표하는데, 나 하나쯤 하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소극적 마음가짐도 이런 얄팍한 이기심에서 나온다.

 기권도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소극적인 저항이나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권은 결과적으로 권리의 포기다. 선거운동 과정이 혼탁하고 과열될수록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늘어나 기권이 늘어날 수 있다. 혹은 출마한 후보가 적을 경우 마땅한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투표를 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의무이며 민주주의 발전의 길이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아름다운 수식에도 불구하고 최선이 아니라 차악(lesser evil)의 선택이라 불린다.

 유권자로서 무책임한 선택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소중한 기회인 만큼 정확하게 행사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자.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를 보거나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무상급식이란 정책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됐다. 이번 투표 결과는 서울시정의 방향만 아니라 이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들의 정책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둘째로 후보의 도덕성과 능력이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자질과 경력에 대한 거의 모든 의문이 제기됐다. 그동안 논박을 차분히 따져 자질의 경중을 저울질해 봐야 한다. 난무했던 구호와 선동에 휘둘려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결함이 많은 정치제도다. 그러나 처칠의 말처럼 지금까지 시도됐던 다른 어떤 정치제도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주어진 기회에 정확한 한 표를 행사하고, 본인의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다수가 지지한 후보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투표 결과 역시 주권자의 공동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