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2억들여 화실 겸 살림집 장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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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직장 출퇴근과 자녀 교육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선동리의 박철(50)씨는 이런 어려움 없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화가여서 출퇴근 시간에 얽매일 필요 없고 자녀들도 모두 성장해 두집살림이 어색하지 않다.

박씨가 서울을 떠난 것은 자연에 대한 향수 때문. 경북 예천 출신으로 멍석과 닥종이 등 우리 옛 것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는 그에게 농촌은 작품을 구상하는데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더욱이 서울 명일동 상가 3층에 세들어 있던 화실(30평) 전세금이 보증금 2천만원에 월 50만원으로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다 생활한복을 만드는 부인 백귀현(49)씨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작업장을 필요로 했다.

박씨는 1994년초 땅을 물색하러 다녔다. 입지조건으로 집 뒤에 산이 있는 곳, 서울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을 정했다. 민가와 멀리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자연.이웃과 함께 호흡하면서도 서울 왕래가 쉬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박씨는 경기도 이천과 광주를 수십 차례 오가며 수소문한 끝에 그해 말 폐가로 방치되어 있던 농가주택 1백40평을 4천5백만원에 사들였다.

96년 가을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인부들을 고용해 이듬해 봄 붉은색 벽돌집을 완공했다.

건축비는 1억5천만원이 들었다. 1층 60평에는 전시장 겸 거실.침실.부인의 바느질방.염색 작업실.문간방을 배치했고 2층 30평에는 화실과 그림 창고를 앉혔다.

특히 거실(20평)은 흰색 벽에 천장을 3.8m로 높게 하고 조명을 설치, 전시장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침실은 침대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큼 작게 만들었다. 작업효율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들은 새로 지은 집에서 작업하면서 고등학생인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1년 가까이 명일동 집을 오가는 번거로운 생활을 했다. 부부는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이사했고 남매는 지금까지 서울에 남아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박씨 부부는 조용한 주변환경과 소박한 동네 주민들에게 흠뻑 빠져 있다. 강남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활동에도 지장이 없다. 땅값은 몇년새 두배로 뛰었다. 천연염료를 이용, 한복을 만드는 부인 백씨도 솜씨가 알려지면서 벌이도 예상보다 쏠쏠하다.

그러나 박씨는 수입을 밝히기를 꺼린다. 예술하는 사람이 돈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마뜩치 않다는 이유다.

광주〓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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