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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지 같은 놈’ 당시 김재규는 그런 말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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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신재순(54·당시 H대 연극영화과 3년·사진)씨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권총을 쏘기 전에 “각하, 이따위 버러지 같은 놈을…”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가수 심수봉씨와 함께 당시 궁정동 안가 대통령 만찬에 불려갔던 신씨는 최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법정 진술을 통해 그같이 이야기한 것은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강압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합수부는 그해 11월 6일 박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 전모 발표를 통해 김재규가 ‘각하, 이따위 버러지 같은 놈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차지철과 박 대통령을 향해 차례로 권총을 쐈다고 발표했었다. 신씨는 법정 진술 외에 94년에 펴낸 자전적 소설 『그곳에 그녀가 있었네』와 이후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김재규가 ‘버러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이번 새 증언은 심수봉씨가 수기 『사랑밖엔 난 몰라』(94년) 등을 통해 ‘버러지’ 발언이 없었다고 한 것과 일치한다. 신씨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을 아주 사랑했던 분이었다. 비록 독재를 하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나라의 발전을 많이 이루고 국민을 위했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10·26 사건 당시 미혼 대학생으로만 알려진 것과 달리 결혼해서 딸까지 둔 이혼녀였다고 털어놓았다. 신씨는 이후 재미동포와 재혼해 다시 이혼했으며 83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독신으로 가디나에서 구이집을 운영 중이다.

LA중앙일보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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