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리가 좋은 공연장의 비결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1호 05면

“중국 어떤 도시에 가면 세계적인 콘서트홀을 그대로 베껴 지은 공연장이 있다더라고요. 연주회장의 모양·크기는 물론 건물 방향까지 재연했대요.”
“그럼 음향이 똑같이 좋대요?”
“그게 참 희한하죠. 소리는 딴판이라는 거예요. 별로래요.”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얼마 전 나눈 대화입니다. 음향이 좋은 공연장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확인할 수 없는 루머쯤 되는 얘기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공연장 음향은 ‘신만이 안다’는 것이 통념입니다.물론 전문가가 있습니다. 소리를 적당히 울려주는 자재를 고르고, 적당한 크기와 높이, 그리고 모양을 설계하는 거죠. 또 거기에 음을 흡수하거나 울려주는 장치들을 달고요. 공연장에 가면 무대 천장에 거꾸로 달린 우산 같은 것, 여럿이 매달린 유리판 등을 보셨을 겁니다. 또 소리의 방향과 에너지의 증감도 측정합니다.

이달 서울 예술의전당에 새 공연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600석짜리 실내악 전용 무대인 IBK챔버홀이죠. 여기에 온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음향 어떤가요?” 열 중 여덟이 답하더군요. “좀 있어봐야 알죠.”

공연장의 소리는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열어놓은 와인의 향이 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재들의 성격이 조금씩 바뀝니다. 또 연주자와 청중이 드나들면서 재료로 쓰인 나무나 흙의 위치나 밀도 등이 미세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홀은 처음 설계 때와 다른 소리를 냅니다.

또 같은 연주자가 서도, 소리는 다릅니다.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은 소리를 흡수합니다. 그래서 텅 빈 공연장에서 연습한 후 본무대에 선 연주자들은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도 없을 땐 소리가 잘 울렸는데 청중이 있을 땐 멀리 퍼져나가질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추운 겨울에 청중이 두꺼운 코트를 껴입기라도 하면 소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외국의 몇몇 오페라 극장은 로비에서 코트를 맡겨야 입장이 됩니다. 다른 이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음악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형 홀 중에선 도쿄의 산토리홀, 암스테르담의 콘서트헤보우, 빈의 무지크페어라인 등은 음향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우선은 잔향시간, 즉 한번 울린 소리의 에너지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1.8~2.6초 사이인 곳입니다. 소리가 남아서 울리는 시간이 적당하다는 거죠. 또 벽·천장·바닥·의자 등이 음을 흡수·반사하는 정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장소들입니다. 한마디로 ‘운 좋은’ 곳들이죠.

음향학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치밀한 계산 끝에 명품 홀들이 탄생합니다. 또 요즘에는 건축가와 음향 전문가가 처음부터 설계에 같이 참여합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의 한 공연장은 아무리 보수를 거듭해 새로운 장치를 달고 또 달아도 “분장실 음향이 낫다”는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좋은 음향은 우연이 좌우하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죠. 매 순간이 다른 음향 또한 예술의 한 부분인 듯합니다.

A 음향의 질은 오직 신의 뜻


김호정씨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기자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