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 "하반기 경제 낙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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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기관 및 전문가들의 견해가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아니지만 업종별.부문별 경기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의 차질없는 추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 전철환(全哲煥) 총재는 12일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하반기 우리 경제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고 밝혔다.

全총재는 이날 "하반기에는 임금.전세가격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요인이 적지 않은 데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신용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중개기능의 약화를 초래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며 "신용불안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경색은 유동성 공급 확대 등 통화정책만으로 해소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全총재는 또 "이제는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대내외 불균형에 대비해야 할 것" 이라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물가를 낮은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총수요 관리를 통해 경기상승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주요 업종별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지연, 노사관계 및 금융 불안 등에 따라 경기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전망을 보면 상반기에 자동차.전자.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두자릿수의 높은 생산 증가율(추정치)을 나타낸 데 비해 하반기에는 전자.일반기계.반도체에서 10~20%의 증가가 예상될 뿐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한자릿수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내수도 국내 경기 둔화로 자동차가 2.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섬유.철강.석유화학.정유 등도 증가율이 5%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수출은 전자.반도체.일반기계 업종이 계속 호조를 보이겠지만, 유가상승.노사불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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