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350개 등록 추진, 제진훈 삼성캐피탈 대표

중앙일보

입력

제진훈 삼성캐피탈 대표(53)는 좋은 인터넷 도메인명이 떠오르기만 하면, 메모한 후 바로 등록까지 하는 기업인으로 재계에 유명하다. 지난해 12월27일 이 회사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불과 한 달 사이에 2백20개의 도메인을 스스로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캐피탈은 현재 2백50여개를 등록한 상태. 앞으로 1백개를 더 확보, 3백50개로 늘릴 생각이다. 도메인 등록과 관련, 부임 전후 회사상황이 재미있다.

“제가 국내 최초로 인터넷사업을 펼친 삼성물산에서 인터넷사업을 책임지고 관장했던 사람 아닙니까. 대표로 내정되고 나서, 이 회사에 처음 전화를 걸어 물어본 첫마디가 ‘어떤 도메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딱하게도 겨우 4개만 갖고 있었고, 그것도 모두 ‘com’이 아닌, ‘co.kr’로 끝나는 도메인이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되찾긴 했지만, ‘삼성캐피탈닷컴’도 확보하지 못한 채 개인이 갖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좋은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고, 하루에 7개를 생각해낸 적도 있습니다.”

그의 ‘도메인 작품’중에는 고객감탄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의 ‘aha’가 들어간 게 많다. 이 회사 금융비즈니스 도메인인 ahaloan.com이나 부동산·세금대출을 겨냥한 ahataxl oan.com, 성인대상 신용대출을 겨냥한 aha loanpass.com, 전자상거래를 겨냥한 ahaebiz.com 등이 그것이다.

그가 수백개의 도메인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삼성캐피탈의 e컴퍼니, e비즈니스를 위한 ‘장기포석’이고 ‘초석’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설명을 들어보자. “예전에는 고객들을 최대 공약수로 나누어 상품을 만들고 팔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인터넷·디지털 시대입니다. 리얼타임으로 개별 고객의 요구사항이 상품에 반영돼야 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제각각 모두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펴야 하는 원투원(ONE TO ONE)서비스가 필요한 때라는 뜻입니다.

이 원투원 서비스를 할 수 있을 때가 바로 삼성캐피탈의 e컴퍼니화 작업이 끝난 시점인데, 이같은 원투원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각각의 경우에 필요한 도메인이 수없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비해 좋은 도메인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는 그래서 삼성캐피탈의 경우 부서마다 또 금융상품마다 모두 하나씩 도메인을 갖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홍보팀이라고 하면 별도의 전용 사이트에서, 별도의 차별화된 콘텐츠와 커뮤니티 또 홍보에 걸맞은 전자상거래 수익모델까지 모두 갖춰야만 홍보팀을 찾는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부임하면서 경영성과가 상당히 좋아졌다. 소비자금융 취급고(할부금융+개인대출)가 99년 월 1천1백억원에 머물렀지만, 부임 후인 지난 2월 3천억원, 3월 3천4백억원, 5월 4천5백억원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여신기업의 내실을 나타내는 90일 이상 연체비율이 지난해 4월 5.4%에서 올해는 1.4%로 떨어졌다. 1∼4월까지의 경상이익은 전년동기 2백억원의 2.5배인 5백억원이다. 그런데 이 지표향상은 모두 e컴퍼니, 디지털화를 지향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제대표도 e컴퍼니 작업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삼성캐피탈의 벤치마킹 상대인 세계 최고의 미국 할부금융사 GE캐피탈을 올 연말에 경영지표상에서 압도하는 ‘세계적인 사건’도 일어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97년 숭실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간 학구파. 회사생활이 바쁘지만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늘 깨어 있는 삶을 살고 있기에 박사공부를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학위취득은 언제 하느냐고 묻자 “내가 아나. 줄 사람에게 물어봐야지…”라며 웃음짓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