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들의 '소변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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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은 어른들 눈에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상이 있다. 때로 같은 또래라도 여자애들은 알 수 없는 남자애들만의 세계도 존재한다.

장수경씨의 초등학교 저학년용 장편동화 〈오줌 멀리싸기 시합〉 (권사우 그림.사계절.6천5백원)은 남자아이들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가 더 멀리, 오래 싸는지 겨루는 '오줌 멀리싸기' 라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시합이 남자애들에게는 동네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르는 길이다.

양지뜸 마을의 자존심이 강한 갑모와 음지뜸 마을의 잘난 척하는 도채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한때는 마을 유지였지만 할아버지가 사업을 실패해 가세가 기운 집안의 아들인 갑모는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잣집 아들인 도채를 꺾고 오줌장군에 오르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지난해 오줌장군인 도채가 상으로 받은 가죽 축구공을 미끼 삼아 대장노릇을 하며 갑모는 끼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채에게 무시만 당하는 종구와 함께 갑모는 시합을 준비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최대한 오줌을 참아보기도 하고, 오줌이 잘 나온다는 막걸리를 몰래 마시기도 한다.

드디어 시합날. 갑모와 도채는 오줌을 쏘는 각도와 엉덩이 위치 등 세심하게 전략을 짜고 시합에 임한다. 응원하는 애들이 가져온 수박을 먹고 올챙이배를 한 갑모와 도채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나란히 한 줄에 선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속에 1차 시기. 갑모는 긴장한 탓에 힘이 빠지며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 반면 도채는 지난해 우승자답게 힘차게 포물선을 그린다. 그러나 시합의 규칙은 두 번의 시도 가운데 높은 점수만 채택하기 때문에 한 번만 힘을 쓰면 우승을 할 수도 있다.

2차 시기. 갑모가 아랫배에 힘을 주자 갑자기 '뽕' 하는 소리와 함께 방귀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며 다른 선수들의 오줌 줄기가 흔들린다. 방귀 덕분인지 갑모의 우승.

이후에 전개되는 양지뜸과 음지뜸 동네 아이들의 싸움, 개울물에 빠진 도채를 구하는 갑모, 두 아이의 화해 등 결론은 다소 뻔하다. 하지만 어른들과는 다른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따라가는 극 전개가 매력적이다.

또 재미있는 소재를 맛깔스럽게 그려낸 동화 못지않게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지음)삽화로 호평을 받은 권사우씨의 총천연색 그림이 보는 맛을 더해준다.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그림이 상황 전개에 똑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쾌하게 읽고 보면서 친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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